[살며 사랑하며-김상임] 군 입대

입력 2013-05-21 19:31


어제 아들이 군에 입대했다. 논산 연병장에서 늠름하게 거수경례할 때까진 괜찮았는데, 한 바퀴 행진 후 훈련소로 들어가 버리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훈련소 생활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불안한 마음이 밀려와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아침에 서울에서 논산까지 이동하면서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들은 “좋은 학교 나오고 대기업 들어가서 승승장구하다 퇴임하는 그런 삶은 지루할 것 같다. 나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엄마가 나를 믿고 방목해 준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해봤고,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는 걸 힘주어 말했다.

특히 자신이 유학 가겠다고 했을 때 믿고 보내준 거, 유학 기간 내내 용기를 준 게 정말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평소에 말수가 적은 녀석이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해주니 울컥 감동이 몰려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들은 내가 조직 사령관처럼 조정하고 관리하면서 부정적인 말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시켰던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2008년 회사에서 교육과정 일환으로 접하게 된 ‘코칭’이 내 인생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 행복은 내 몫이 아닐 것이다. 당시 코칭을 배우면서 경청, 질문, 인정·칭찬, 피드백 기술을 익히고, 진심으로 상대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연습을 하면서 내가 변하게 된 것이다. 코칭은 회사생활뿐 아니라 가정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최근에 무언가족(無言家族)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가족끼리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거나 같이 식사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어쩌다 마주하는 순간에는 부정적인 말로 서로에게 상처만 잔뜩 주었다. 서로가 사랑하지만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광경을 보면서 과거 엄마의 독선으로 인해 불통(不通)이었던 우리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다.

훈련소에서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아들에 대한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5주간 훈련도 무사히 마치고 패기 넘치는 멋진 대한의 건아로 나타날 아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마음을 달랬다.

아들아! 군 생활은 네 인생에 있어서 보물과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훈련하는 과정 속에서 조직을 배우며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되겠지. 매사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하면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 바란다.

김상임(기업전문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