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는 텀블러의 실험정신을 뭐라 할건가
입력 2013-05-21 19:27
미국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창업에 성공해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사례를 보면 우리사회의 창업에 대한 환경이나 인식이 하루 빨리 바뀔 필요성이 있다.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이대로 이어지면 창업에 도전하는 미래의 일꾼들의 도전정신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블로그 ‘텀블러(Tumblr)’를 만들어 세계적 정보통신(IT) 기업 야후에 약 1조2000억원을 받고 매각한 26세의 미국인 데이비드 카프는 고등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다. 11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그는 15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3년간 홈스쿨링(가정교육)으로 공부한 뒤 17세에 혈혈단신 일본까지 건너가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대학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고 있을 나이인 21세에 컨설팅업체 ‘데이빗빌’을 창업해 운영하다 2007년 맨해튼의 작은 아파트에서 텀블러를 창업했다고 한다.
지난달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도전정신과 혁신’에 대해 강의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하버드대 법학과를 2년 만에 중퇴했다. 그는 회사를 만들 기회가 오자 학위를 딸 시간이 없어 대학을 포기했다고 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리드대학 철학과를 다니다 자퇴한 뒤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이처럼 창업에 적극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듯해 아쉬움을 남긴다. 빌 게이츠에게 “회사를 세우려면 자퇴해야 하느냐”고 질문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대 학칙에는 일정 기간 이상 휴학하면 제적당하는 규정이 있고, 학교 안에서 회사를 차리면 공부에 방해된다며 교수는 꾸지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에게 창업·도전 정신을 불어넣어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사기를 꺾는 제도와 행태가 남아 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능력보다 학벌로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도 창업을 가로막는 걸림돌임에 틀림없다. ‘빌 게이츠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대학중퇴자가 만든 제품이라고 퇴짜를 맞거나 대기업에 기술을 다 빼앗겼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학벌과 학연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의 데이비드 카프’ 같은 혁신적 창업 스타를 배출하려면 창업을 꿈꾸는 패기에 찬 젊은이의 열정을 꺾지 말아야 한다. 체계적인 이론과 실험실습 멘토링 등을 통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살려주고 고무해주며 이끌어줄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창업 생태계를 잘 조성해 성공사례를 확산시키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는 저절로 열매를 맺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