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제돌이의 바다
입력 2013-05-21 19:19
고래목(目) 동물들만큼 사람의 상상력을 크게 자극해온 생물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신화와 노래 및 소설에도 자주 등장했다. 고래, 회색곰, 대왕오징어 등과 같은 ‘카리스마적 대형동물’들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따라서 이들은 많은 곳에서 직접 관광자원이 되기도 한다.
돌고래와 범고래 등 이빨고래류는 주로 육식을 한다. 이들은 바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물고기는 물론 물개나 바다사자 등 해양포유류까지 먹기 때문에 바닷속 오염물질의 최종 집결지가 된다. 그래서 돌고래나 범고래는 고래관광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바로미터 역할도 한다.
수직적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바다생물에서 오염물질 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은 생체농축 과정으로 설명된다.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이 한 단계씩 높아질 때마다 전달된 에너지량의 비율(에너지 효율)은 평균 10% 정도다. 섭취된 에너지의 대부분이 생물의 소화, 신진대사 활동에 이용되고 나머지가 체내에 남아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 단계에 속한 생물의 체내에 있는 중금속과 잔류성 오염물질은 체내에 대부분 축적된다. 따라서 먹이사슬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전 단계 동물보다 몸무게당 7∼10배의 오염물질을 축적하게 된다. 해양수산부의 2006년 국산 수산물 다이옥신 잔류 실태조사 결과 참치, 갈치의 다이옥신 잔류량은 멸치의 20배에 달했다.
불법포획됐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지난 11일 제주바다로 되돌아갔다. 4년여의 억류생활 끝에 춘삼이, D-38이 머무르고 있던 해상 가두리에서 합류했다. 이곳에서 7월까지 야생적응훈련을 거쳐 제주바다로 방류될 예정이다. 제돌이는 살아있는 고등어와 오징어를 멋지게 사냥해 내고 있어서 야생적응 전망도 밝은 편이다. 남방큰돌고래는 5∼15마리씩 무리지어 살면서 50종의 생선과 3종의 오징어를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해역에서는 상어나 범고래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수명은 40년 정도다.
남방큰돌고래가 살고, 계속 번식할 수 있는 제주바다는 건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체내 오염물질 측정치를 통해 바다 생태계의 건강성도 파악할 수 있다. 제돌이의 방류와 함께 대한민국도 자연을 보호하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른 생명들과 지구를 공유하고 동물의 권리까지 챙길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