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순례의 길마다 하나님이 계셨다…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가’

입력 2013-05-21 18:03 수정 2013-05-21 18:10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가/이윤재 지음/열림원

모든 것은 길로 이어진다. 길에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터벅터벅 걷는 그 길과 더불어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가 곧 길이며 진리며, 생명이다”라고 말했던 그 길(The Way)이 있다. 경기도 분당 한신교회 담임인 저자 이윤재 목사는 길을 걸으며 길을 찾았다. 이스라엘 초대 교회에서부터 영국 근세 교회까지 기독교 2000년 역사 속 영적 진원지를 발로 밟으며 ‘그 길’을 발견하려 했다.

이 목사는 ‘본질을 추구하는 목회자’로 알려져 있다. 첨단 문명이 만개한 21세기 한국 땅에서 목회하면서 그는 끊임없이 ‘본디 어떠하였는가?’를 추구했다. ‘믿음은, 영성은, 그리고 크리스천의 삶은 본래 어떠하였는가?’의 질문이 그로 하여금 안주의 자리를 박차고 떠나게 만들었다.

유다 광야와 초기 동굴교회인 체리톤 수도원,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 몬테카시노의 베네딕트 수도원 등을 거쳐 프랑스 떼제 공동체, 비텐베르크 등 루터의 흔적들, 윌리엄 브래드포드에 이르기까지 그가 밟은 궤적은 넓고 깊었다. 이 목사는 지난해 46회에 걸쳐 국민일보에 ‘영성의 발자취’란 이름의 순례기를 게재했다. 연재 내내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그 열렬한 호응은 46편의 글을 묶은 이 책을 세상에 나오게 한 동력이었다.

발길 닫는 곳마다 이 목사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나님의 마음을 찾으려 했다. 광야에서 그는 ‘성경 속 사람들은 왜 고독한 광야로 갔을까?’를 묵상했다. 메마른 그곳에서 이 시대 한국교회야말로 ‘사막의 영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갈릴리 해변에서 “나를 따르라”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을 다시 한번 들었으며 로마 카타콤에서는 자신을 죽여 세상을 살린 그 장엄한 힘을 대면했다.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의 궤적을 밟으며 탁발 수도사가 삶으로 보여준 청빈의 의미를 생각했다. 떼제에서 침묵과 찬양, 환대, 일상적 영성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고 잔느 기용에게선 자기 포기와 깊은 기도, 하나님과의 연합을 배웠다. 독일 바르트부르크에서 저자는 루터와 함께 ‘내주는 강한 성이요’를 불렀으며 95개항의 격문이 붙었던 비텐베르크에서 용감했던 개혁자이자 ‘은혜 받은 거지’였던 인간 루터를 만났다.

할레대학을 방문해선 도도한 영성의 물줄기가 귀츨라프를 통해 어떻게 한반도까지 흘러왔는지를 보았으며 옥스퍼드에서는 영국교회의 기초를 쌓고 화형장에서 장렬하게 순교했던 토머스 크랜머를 만났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이 목사에게 존재를 넘어선 하나님을 대면하게 해 줬다. 에크하르트를 통해 저자는 겸손해야 초월자이시며 신비롭게 다가오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을 따라갔고 존 오웬과 리처드 백스터를 탐구했다. 저자는 ‘무지의 구름’을 주목받게 했으며 독자들에게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다시 펴게 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목회자로서의 치열한 자기반성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진심어린 기도 소리를 듣는다. 그는 말한다. “오늘에 만족하여 내일을 잊고 살면 순례는 불가능합니다. 순례의 영성은 현재의 행복에 안주하지 않고 쉼 없이 하나님을 향한 구도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책 제목이 모든 것을 아우른다. 책을 읽으며 영성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면 저절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이긴다. 사랑은 이겨왔고, 지금도 이기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길 것이다. 사랑만이 남는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길을 걸으며 저자가 찾은 것 역시 사랑이었다. 주 예수 그리스도와 영성의 대가들, 그리고 저자가 걸었던 그 길(The Way)은 사랑의 길이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증명했던 믿음의 선진들이 말하는 듯하다. 사랑은 돌이킴이며, 자기 비움이며, 찢음이라고. 십자가가 바로 사랑이라고.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