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성차별 억압속에서 종교개혁 헌신한 여성들 이야기… ‘여성과 종교개혁’

입력 2013-05-21 18:03 수정 2013-05-21 21:11


여성과 종교개혁/키르시 스티예르나 지음/박경수 김영란 옮김/대한기독교서회

성직자들의 타락은 르네상스기 교황 재위 때 정점에 달했다. 신도들에게 고해성사를 면해주고 연옥에서 체류 기간을 줄여준다는 목적으로 판매된 면죄부는 당시 교회와 신학, 종교적 관습을 개혁시키는 출발점이 됐다. 이런 종교개혁 요구는 유럽이 처한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르게 나타났고, 루터교 성공회 등의 교단 설립과 개혁교회 메노나이트교회 등의 교회 설립으로 이어졌다.

‘여성과 종교개혁’은 종교개혁의 모델이자 지도자, 교사로서 활동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격동의 시기였던 16세기 종교개혁기 유럽 중남부 지역에서 성차별을 받으며 제도적·종교적 억압 속에서도 프로테스탄트 신앙을 옹호하고 당당하게 개혁운동에 헌신한 주인공들이다.

카타리나 폰 보라 루터(1499∼1552)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1483∼1546)의 배우자다. 루터의 영적이고 신학적 영향력 아래 있었던 카타리나는 남편이 건강한 신학적 조망을 할 수 있게끔 돕고 결혼, 사랑, 가족, 성별 역할에 대한 바른 관점을 갖게 했다. 특히 신적인 사랑과 하나님의 부성, 모성과 관련된 영감을 루터에게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굴라 폰 그룸바흐(1492∼1568)도 독일 귀족 출신으로 만인사제설을 신봉하며 자신의 권위와 그리스도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성서에서 끌어냈다. 루터가 자신의 동료 개혁자 중 하나로 손꼽을 만큼 열성적인 여성 루터주의자이자 신앙의 신실한 변호자였던 그녀는 종교개혁 팸플릿 2만9000장을 제작해 배포했던 인물로 오늘날로 따지면 ‘기독 여성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이 밖에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복음주의 신앙을 공고하게 하려 했던 엘리자베스 폰 브란덴부르크(1485∼1555), 여성 평신도 신학자이자 교회 지도자로 추앙받았던 카타리나 쉬츠 젤(1497∼1562), 제네바의 개혁자이자 저술가인 마리 당티에르(1495∼1561) 등은 남성에 가려진 종교개혁의 숨은 영웅이었다.

저자 키르시 스티예르나는 핀란드 출신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루터란신학교의 루터연구소 책임자이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6권으로 기획된 ‘루터의 정수’ 공동편집인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에 소개된 여성들이 헌신적 일꾼으로서 신실한 평신도이자 여성, 교사, 아내, 어머니로서 모범을 보여줬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오늘날에도 여성들을 교회와 신앙전통 안에서 존중받는 지도자로, 역사의 주체로 세우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