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은 성격유형 테스트? 영성수련으로 이어지면 하나님 형상 회복 도구”
입력 2013-05-21 17:32
저자와의 만남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이야기’ 펴낸 김영운 목사
최근 에니어그램(Enneagram)이란 용어는 보편화 된 듯하다. 에니어그램은 그리스어로 ‘9’를 의미하는 ‘에니어(ennea)’와 ‘그림, 도형’을 뜻하는 ‘그램(gram)’의 합성어로 ‘아홉 개의 점이 있는 그림’이란 뜻이다. 에니어그램에서는 사람의 성격을 9가지로 분류한다. 이 땅의 어떤 사람도 그중 한 가지 성격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 에니어그램의 기본 원리다. 일종의 심리·상담학적 성격 유형 지표이면서 인간 이해의 틀이라고 볼 수 있다.
한양대 교목실장이자 한양대학교회 담임인 김영운(75) 목사는 공동체성서연구원장과 에니어그램영성학회 고문도 맡고 있다. 김 목사는 모세와 사도 바울, 야곱과 이사야 등 성경 속 인물들을 에니어그램으로 조명한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이야기’(삼인)를 펴냈다. 27명의 성경 인물을 에니어그램의 9가지 성격 유형으로 분류했다. 가령 에니어그램상 1번 유형인 ‘온화한 개혁가’로는 모세와 세례 요한, 사도 바울을 꼽았다. 2번 ‘겸손한 봉사자’에는 룻과 막달라 마리아. 사도 요한이 들어간다. 욥과 요나, 이사야는 4번 ‘침착한 예술가’형으로 분류된다. 9번 ‘행동하는 평화주의자’에는 아브라함과 요나단, 바나바가 들어간다.
최근 국민일보사에서 만난 김 목사는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느 작품 속에 나타난 인물들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성서에는 비극과 희극, 동화의 주인공들이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그들을 에니어그램으로 관찰하면 에니어그램 설명에 애니메이션을 덧붙이는 것 같은 효과가 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나와 너, 우리를 이해하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습니다.”
감신대를 졸업한 김 목사는 1970년 초반부터 실천적인 공동체 성서연구운동을 시작했다. ‘몸으로 읽는 성서’에 대해 강조했고 1979년부터 ‘작은교회’란 이름의 교회를 시작하는 등 끊임없이 주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따르는 목회를 펼쳤다. 1989년부터 7년 동안 크리스천아카데미 협동원장으로도 사역했다.
김 목사는 아무리 실천적 성서 연구를 한다 해도 결국은 지식 위주로 빠지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성서 연구에 영성 수련을 접목시켰다. 그러나 거기에도 한계는 있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영성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는 성격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왜 회개하고 성령을 받더라도 성격 문제는 남아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다 에니어그램을 만났다.
“영성 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신자들이 말씀 앞에서 진실하지 못한 모습을 보고 화가 났습니다. 짜증이 났지요. 그러다 에니어그램을 만나고 번쩍 눈이 떠졌습니다. 그런 짜증이 모두 나의 격정(Passion)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열정이 지나치면 격정이 됩니다. 격정이 지나쳐서 수난을 당하게 되는 것이지요. 격정을 잘 쓰면 창조적 열정이 되지만 오남용하게 되면 파괴적 열정이 됩니다. 자신의 성격 유형을 알아 격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에니어그램을 인간의 성격 파악이나 계발 도구로만 활용한다는 것은 수박 겉핥기처럼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에니어그램을 성격심리학 범주가 아니라 영성심리학 체계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는 하나님 형상의 회복, 즉 ‘참 나’를 회복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되찾는 것을 에니어그램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령 에니어그램을 통해 자기의 성격 유형을 파악한 뒤 거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각자의 부정적 격정을 확인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언급이다. ‘격정에 사로잡히는가’, 아니면 ‘격정을 사로잡는가’에 따라서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평화주의자에게 부정적 격정은 나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사람이 자신에게는 나태라는 부정적 측면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근하면 나태라는 덕목이 근면의 덕목으로 전환된다. 결과적으로는 평화주의자면서도 근면한 아주 이상적인 인간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믿음의 조상으로 불리는 아브라함은 에니어그램상으로는 지독한 평화주의자입니다. 본질적으로 보존주의자적인 성향이 있는 그에게 익숙한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그런 부정적 격정을 뛰어넘어 믿음의 결단을 감행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지요. 그 결과 그는 행동하는 평화주의자로서 ‘믿음의 조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형상 회복이라는 에니어그램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다윗과 모세, 사도 바울보다는 요나단과 여호수아, 바나바가 더 성공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요나단은 에니어그램상으로 성경에서 가장 빼어난 인물 가운데 한 명입니다. 사울의 아들로 왕세자였던 요나단은 다윗의 그릇 크기를 보고 스스로를 돕는 자의 위치에 두었습니다. 효자였음에도 부친이 항상 제거하려 했던 다윗을 끝까지 사랑했습니다. 세상의 가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 회복 차원에서 그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그는 모세와 같은 분노의 격정이 사도 바울을 모난 인물로 만들었다면서 바울을 도운 바나바가 더 큰 인격의 평화주의자였다고 언급했다. “평생을 성서 연구로 보냈지만 에니어그램으로 성서 속 인물을 보니 마치 살아서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에니어그램으로 성서를 새롭게 보게 됐다고 할 수 있지요.”
김 목사는 “에니어그램은 사람으로 하여금 타성적·습관적·기계적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맛보게 해 주는 열쇠의 역할을 한다”면서 에니어그램이 MBTI와 같은 성격 유형 테스트를 뛰어넘어 영성 수련으로 연결될 때 이 시대가 필요한 진정한 가치를 던져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목사는 매주 토요일 한양대 채플에서 에니어그램을 통한 영성 수련을 펴고 있다. 7월 3일부터 5일까지는 부천 은혜의집에서 교육하는 등 에니어그램을 활용한 다양한 영성훈련 사역을 하고 있다(02-312-6803).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