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갑과 을

입력 2013-05-21 17:32


어느 대그룹 임원의 항공사 승무원 폭행사건에서 시작돼 최근 남양유업 직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으로 이어진 사회 문제는 우리들로 하여금 ‘갑’과 ‘을’의 관계를 새삼 생각하게 했습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남양유업 사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을을 위해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결국 남양유업이 공개적으로 사죄하기까지 했습니다.

갑이 가진 힘은 상대적 약자인 을의 목을 죄며 압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상생을 말하고 있지만 아직 상생의 분위기는 요원해 보입니다. 상대적 약자로 하여금 무력함을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진 자들의 횡포가 곳곳에서 그치지 않으니까요.

힘은 늘 상대적입니다. 내가 힘이 세서 갑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람 앞에 서면 다시 을이 되는 법이지요. 갑도 늘 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횡포는 줄어들 것 같습니다.

힘을 가진 자들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힘은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것입니다. 원래부터 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힘의 진정한 근원은 하나님이십니다. 왜 하나님께서 그 힘을 주셨을까요. 힘을 가진 사람이 힘없는 자들을 돌봐주라고 그것을 주신 것은 아닐까요. 힘을 주신 그분은 힘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 힘을 빼앗아갈 것입니다. 늘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지만 국가든 개인이든 힘을 가지고 횡포를 부리던 세력은 또 다른 힘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가장 큰 갑이신 우리 주님은 그 모든 권리를 포기하신 분입니다. 을인 우리 인간들을 위해 대신 짐을 져주시고 결국엔 생명까지 주셨습니다. 최고의 갑이신 주님을 생각하면 우리는 매우 작은 힘이라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목사로서 어느새 갑의 자리에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졌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로 표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목사가 갑의 자리에 위치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다시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내게 주신 힘을 건강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회 내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갑으로 생각하고 섬길 수 있어야 진정한 목회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주님께서 섬겨주신 분들을 내가 갑의 자리에서 대한다면 주님께서 내 힘을 내놓으라고 하실 날도 오겠지요.

우리 사회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힘이 센 자와 힘이 약한 자 사이에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그런 수준으로 올라가야 비로소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입니다. 힘만 믿고 큰소리치거나 군림하는 자들이 많아지고, 또 그 힘 앞에 굴욕적인 자세로 당하기만 하는 약자가 늘어난다면 결코 후진성을 벗어 던지긴 어렵습니다. 힘은 약자를 위해 쓸 때 비로소 힘입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