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곳곳 충돌

입력 2013-05-20 22:09

한국전력공사가 경남 밀양지역의 765kV 송전탑 공사를 20일 재개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저지로 공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사는 지난해 9월 중단된 지 8개월 만에 재개됐다.

한전은 이날 오전 단장면 고례리 3곳, 상동면 도곡리와 옥산리, 부북면 위양리 등 모두 6곳에 대해 연내 공사 마무리를 목표로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한전 측은 이어 “현재 단장면 2곳과 부북면 위양리 등 3곳에서 기초 작업, 진입로, 부지조성 등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공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단장면 고례리 1곳, 상동면 도곡리와 옥산리 등 3곳은 30∼70명의 주민들이 송전탑 현장 임도(林道) 등을 막고 거세게 저항해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부북면 위양리의 경우 주민 60여명이 공사 인력의 진입을 막아 농성장에서 조금 떨어진 송전탑 현장의 부지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위양리 평밭마을 이모(82) 할머니는 현장 입구를 가로막은 경찰과 대치하다 실신,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의식을 회복했다. 도곡리 109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도 한전 측 인력과 대치하던 이모(80) 할머니와 서모(83) 할아버지가 다치거나 탈진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765kV 송전탑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전력을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기 위한 시설이다. 송전선로는 5개 시·군을 지나는 90.5㎞, 송전탑은 모두 161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전체 송전탑 중 67.7%인 109기는 설치가 끝났으나 밀양지역에 설치될 52기(단장면 21기, 상동면 17기, 부북면 7기, 산외면 7기)는 공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중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한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전과 밀양주민들 간 갈등은 2008년 7월 주민들이 송전선로 백지화를 요구하며 첫 궐기대회를 연 뒤 표면화돼 대화와 대치, 공사 재개와 중단을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주민 1명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졌다.

밀양=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