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등 중증 시각장애 학생들 20년간 돌본‘한국판 설리반 선생님’

입력 2013-05-20 20:34

“저는 세상과 아이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강원도 명진학교에서 1992년부터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은정(44) 교사에게는 한국판 ‘설리반 선생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중증 장애아였던 헬렌 켈러를 위대한 인물로 키워낸 설리반 선생님처럼 중도·중복(장애 정도가 심하고 장애 종류가 두 가지 이상) 시각장애 학생들을 20년 동안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교육하면서 붙은 영광스러운 별명이다.

김 교사는 발달장애, 뇌 병변을 수반한 시각장애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다. 중증장애 학생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그는 20일 “엄마가 갓난아이의 상태를 보고 우유를 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듯이 아이들 행동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어내려고 애를 쓴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손수 교실에 운동기구를 설치해 운동을 시키고 있다. 이 덕분에 20세에 처음 교육을 받은 한 학생은 입학했을 당시 동물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걷는 것도 불편했으나 이제 간단한 작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아이들과 하루 종일 부딪치면서 가르쳐야 한다. 몸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은 어깨가 아프다”면서 “스승의 날 때도 아이들이 꽃을 달아주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조금씩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선물이며 힘든 것을 잊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꿈 보금자리 독서캠프’를 운영해 책을 읽어주며 장애 극복 의지를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책에 나온 내용을 실제 생활 속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미술관을 관람하거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체험 활동도 했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제2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스승상은 교육부의 ‘으뜸교사상’과 교직원공제회의 ‘한국교육대상’이 지난해 통합돼 제정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아 부문엔 배미양 충남 성남초병설유치원 교사, 초등 부문엔 한상준 인천 연평초 교사, 이선녀 강원 반곡초 교사, 이완국 제주 애월초 더럭분교 교사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중등 분야에선 김효상 부산 대광발명과학고 교사, 김상기 전북 삼례공고 교사, 이한복 충남 당진중 대호지분교 교감, 이영욱 경남 웅상고 교사가, 대학 부문에선 이성범 서울 가톨릭대 교수가 각각 선정됐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