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PGA 우승] 마침내 이뤄낸 꿈 젊은 열정 빛났다
입력 2013-05-20 18:43
야구를 좋아했던 소년은 어머니의 지극정성으로 프로골퍼가 됐다. 한국과 일본 무대를 석권한 뒤 지난해 2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미국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데뷔 2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신고한 배상문(27·캘러웨이)의 ‘골프 삼국지’다.
2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포시즌스TPC(파70·716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배상문은 합계 13언더파 267타를 쳐 강호 키건 브래들리(미국)를 2타차로 제쳤다. 지난해 PGA 투어에 데뷔한 배상문은 한국 국적 선수로는 최경주(43·SK텔레콤), 양용은(41·KB금융그룹)에 이어 세 번째로 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교포 선수인 앤서니 김(27·나이키골프), 케빈 나(30·타이틀리스트), 존 허(23)까지 포함하면 여섯 번째다.
“꿈꿔 오던 일이 현실로 이뤄져 행복하고 흥분된다”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배상문은 “초반 드라이버나 퍼트가 좋아 자신 있었고 16∼18번 홀에서 주춤하기도 했으나 내 플레이를 하고자 집중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안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배상문의 이름 뒷 글자인 ‘문(moon)’을 빗대 “달이 떠올랐다”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반겼다.
대구출신으로 이승엽을 좋아해 한때 야구선수의 꿈을 꿨던 배상문은 2008∼2009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데 이어 2010∼2011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마저 거머쥔 입지전적인 선수다. 지난해 미국무대에 진출한 그를 위해 미국 캘러웨이사는 역대 해외 진출 선수 중 최고 조건으로 3년간 후원 계약을 했다. 데뷔 직후인 지난해 3월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아쉽게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에게 우승컵을 내줬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필 미켈슨(미국) 등을 지도한 릭 스미스를 새 스윙 전담코치로 두고,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와 호흡을 맞췄던 맷 미니스터를 새 캐디로 맞으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배상문의 성공 뒤에는 캐디백까지 메고 다닌 ‘극성 엄마’ 시옥희(57)씨의 정성이 있었다. 아들이 본격 골프를 시작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살던 집은 물론 자동차, 반지까지 몽땅 팔아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아들이 경기를 못하면 현장에서 심하게 야단쳐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시씨는 “아들을 혼자서 키우다 보니 그 때는 너무나 절박했다”고 말했다. 시씨는 올 시즌 초 배상문과 함께 미국 대회를 함께 다니다 새 캐디를 주선해 주고서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배상문은 2015년까지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메이저 대회인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출전을 물론 내년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우승 상금 117만 달러를 받아 상금 랭킹에서도 108위에서 1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19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도 지난주 106위에서 64위로 수직 상승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