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노대래·방하남 ‘경제민주화 논쟁’
입력 2013-05-20 18:36
지난해 경제민주화는 뜨거운 이슈였다. 대통령 후보들은 앞 다퉈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유권자들은 ‘장님 코끼리 만지듯’ 경제민주화를 이해해야 했다.
대선이 끝나고 열기가 식은 듯했던 경제민주화 논쟁이 무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옮겨 다시 불붙었다. 일합을 겨룬 사람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노 위원장은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경제민주화 개념을 확장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정년 60세 연장, 대체휴일제, 재벌총수 연봉 공개, 포괄적 상속증여세 등은 공정거래법상의 경제민주화와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독일 사회민주당에서도 정강정책으로 경제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전기·가스의 국유화와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핵심 정책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경제민주화와는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민주화는 ‘정당한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경제’로 의미가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글에 방 장관은 반론 성격의 댓글을 달았다. 그는 “경제민주화에는 수직적 차원과 수평적 차원의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수직적 차원은 원청·하청업체 등 시장 위치가 상하관계인 거래당사자 간 불공정 거래가 포함되며, 독일과 같은 수평적 차원은 수직적 차원의 경제민주화를 넘어선 더욱 발전한 차원의 경제민주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경영참여 등 경제주체 간 분권을 지향하는 ‘사회적 시장경제’가 경제민주화의 지향점이라는 주장이다. 경제민주화를 불공정 거래 해소에 한정하지 말자는 의견이다.
하루 뒤인 20일에 노 위원장은 새 글을 올렸다. 그는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사회적 시장경제 주창자인 알프레드 뮐러-아르막 사이에 있었던 논쟁을 소개하며 “우리 사회에서 자유주의 경제 이론과 사회적 시장경제 이론 간 입장차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지 3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민주화는 개념과 범위가 모호하다”며 “두 장관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경제민주화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