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급전대출은 옛말∼ 전당포는 부유층 ‘현금지급기’
입력 2013-05-20 18:33
급전 마련을 위한 서민들의 애달픈 삶의 현장이었던 전당포가 부유층의 ‘현금지급기’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소액 대출용 전당포가 사라지는 대신 부유층이 고가품을 중고 처리하는 명품 전당포는 최근 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저축은행중앙회 등에 따르면 10만원 이하 급전을 빌리는 저신용자용 전당포가 전국에 1000여개 운영되고 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약 80%나 줄어든 수치다. 반면 고가품을 취급하는 명품 전당포는 서울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400여개에 달했다. 서울에서만 20여개 명품 전당포가 운영 중이며 불법 전당포를 포함하면 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직과 부유층이 많은 서울 강남이나 여의도 일대에는 명품 가방, 시계, 다이아몬드, 골프채, 외제차 등을 취급하는 명품 전당포가 밀집해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보다 교수,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나 연예인, 사업가 등이 주로 찾는다. 연령대는 주로 20∼30대다. 이들은 새로운 명품을 갖고 싶을 때 기존 물건을 ‘땡처리’하는 용도로 전당포를 사용한다. 보통 중고가의 60∼80%를 현금으로 받는다. 통상 5분 안에 입금되며 월 이자는 3%, 연이자는 36∼39%다.
인기 아이돌 출신 한 연예인은 그룹 해체 후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외제차를 맡겼다. 최근에는 중고 시세만 1억2000만원에 달하는 스위스 명품 시계로 7000만원을 받아간 사업가도 있었다. 중고 가격이 1200만원인 고가품 가방 5개를 동시에 가져와 6000만원을 빌려간 경우도 있었다.
주로 신용카드 결제일인 15일과 25일에 손님이 가장 몰리지만 크리스마스나 명절, 연말, 연초 등 돈 쓸 일이 많은 기념일에도 호황을 이룬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거래할 수도 있으며, 출장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당포도 많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당포가 신용불량자보다는 중산층이나 부유층의 급전을 융통해주는 제3금융권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며 “전당포 실태를 파악해 양지로 나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