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乙 바람’
입력 2013-05-20 18:31
정치권에 거센 ‘을(乙)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정치권을 휩쓴 경제민주화에 이어 ‘을 지키기’가 새 의제로 가세하면서 ‘경제민주화 시즌 2’가 시작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 ‘을(乙)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며 6월 임시국회를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을(乙) 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김한길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6월 임시국회에서 우리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제대로 처리한다면 국민께서 ‘민주당이 이제 변했구나’, ‘제대로 필요한 일을 하는구나’라고 평가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입법 분과를 설치해 6월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통과시켜야 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점검했다. 계류돼 있는 경제민주
화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리점주, 가맹점주, 하도급 중소기업, 세입자 등에 각종 ‘을’에 대해 맞춤형 입법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또 유은혜 의원이 전담하는 신문고 센터를 운영해 ‘을의 권리’ 지키기에 나서기로 했다. 박범계 의원은 법률지원분과를 총괄하며 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민원에 대한 법률상담을 제공하기로 했다.
추진위에는 민주당 의원이 26명이나 참여하고 있다. 추진위는 그동안 남양유업, CJ대한통운, 현대제철 등 ‘갑의 횡포’가 논란이 된 사업장을 찾아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새누리당도 동참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갑과 을이 계약했을 때 을이 죽는 형태의 을사(乙死)조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강자가 자신에게 관대하고 약자에게 함부로 하는 일이 최근 꼬리를 물고 일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 내부거래 등 불공정, 대규모 유통업체의 횡포나 대기업의 밀어내기 등 불합리, 비정규직 차별 등 불평등이 문제”라며 “불공정·불합리·불평등의 3불(不) 사항이 없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경환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도 성장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도 착실하게 약속한 대로 추진해야겠지만 경제를 살리는 것과 조화해 경제를 살리는 경제민주화가 되도록 지혜를 모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역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당도 기민하게 대응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임성수 김현길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