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금리 2%대 초읽기
입력 2013-05-20 18:26
직장인 전모(49)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2011년 말 한 시중은행에서 연 5.15% 고정금리에 주택담보대출 3억8000만원을 받았는데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들려와서다. 금리가 낮은 다른 대출로 갈아타자니 중도상환수수료가 아깝고, 집을 팔아서 이사를 가자니 비용 부담이 크다. 전씨는 “다른 대출로 갈아타는 것도, 집을 파는 것도, 그대로 대출을 유지하는 것도 전부 손해를 보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일제히 내려가면서 대출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어떤 결정이 최선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감하게 ‘갈아타기’를 시도하라고 말한다. 무리하게 집을 샀다면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농협·외환은행은 지난주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0.25% 포인트 내린 데 따른 조치다.
국민은행은 신규취급 기준 코픽스(COFIX·은행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기존 연 3.41∼4.81%에서 연 3.30∼4.70%로 0.11% 포인트 내렸다. 신한·우리·하나은행도 COFIX 연동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1% 포인트 인하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내려가면서 기존 대출자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변동금리는 시중금리 변화에 따라 자연스레 금리가 내려가지만 고정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혜택을 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대출 갈아타기’를 권한다. 기존 대출을 갚으면서 생기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연 5.5% 고정금리로 1억원을 빌린 대출자가 연 3.3% 금리로 갈아타면 이자부담은 연간 55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줄어든다. 100만원 남짓한 중도상환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훨씬 이득인 셈이다. 여기에다 은행들이 최근 대출 기간이 길수록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려주는 ‘슬라이딩 방식’을 적용해 중도상환에 따른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
아예 새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방법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간 데다 4·1부동산대책으로 주택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 무리하게 빚을 내 큰 집을 샀다면 규모를 줄여 이사를 가면서 가계 부채에 부담을 줄이는 게 더 이득일 수 있다.
우리은행 홍성민 실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살아나는 지금이 집을 팔 수 있는 적기”라며 “조금 싸게라도 집을 팔고 다소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는 것이 가계에 더 여유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