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라색 원하는데 초록 칠하면 안돼”… 朴대통령, 다시 디테일 리더십

입력 2013-05-20 18:26 수정 2013-05-20 22:05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특유의 ‘디테일 리더십’을 다시 선보였다. ‘윤창중 스캔들’로 이완된 청와대 분위기를 다잡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고용률 70% 달성=박 대통령은 핵심 공약인 일자리 창출 대책을 꼼꼼하게 챙기라는 지시로 회의를 시작했다. 4월 고용 동향이 전달에 비해 좋았다는 얘기를 꺼낸 뒤 “청년과 여성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계층과 분야의 일자리 창출 대책이 꼼꼼하게 담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수석들을 독려했다. 일자리 늘리기를 ‘몸 약한 아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소중한 아이가 있는데 애가 좀 앓고 튼튼하게 자라지 못한다면 모든 부처가 그 아이를 어떻게든 쑥쑥 자라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애가 낫지 않고 잘 자라지 못한다면 노력한 걸 갖고 자랑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국민이 보라색을 원하는데 이쪽 부처는 초록색을 내밀고 저쪽 부처는 파란색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정신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며 “국민이 체감하게 달라붙어야 된다”고 지시했다.

◇“어린이집·유치원 비리는 정보 공개가 해답”=박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비리를 언급하며 “유치원 특별활동 학습비 등을 홈페이지에 다 공개하면 수요자인 학부모가 선택할 수 있다. 정보 공개가 우선 필요하다”며 “법도 만들고 규정도 만들어 하지만 그 시발점은 공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치원의 방과후 과정과 관련해 “더 가르치고 싶은 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 못지않게 돈 안 들이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간과 협업해 복지 방안을 찾아라”=박 대통령은 “복지를 정부 혼자 다 하겠다고 생각하지 마라. 지방자치단체와 각 마을에서 각자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하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며 “정부가 할 일을 (협업으로) 돕는 것이니, 이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IT(정보기술)에 대해서도 “IT 강국은 자랑하려고 있는 게 아니라 실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돼야 의미가 있다”면서 “전국 어느 지역 박물관, 도서관에 가더라도 국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해소되도록 IT나 과학기술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르면 이번 주 여야 대표와 3자회동=박 대통령은 “공약사업과 국정과제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6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대부분 마무리돼야 한다”며 “야당에도 잘 설명해 법안이 최대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당·정·청 정책 수립도 적극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방미 성과를 설명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야 모두 새 진용을 짠 만큼 이번 회동은 향후 청와대와 여야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