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뚜렷한 인식차… 노사정 대화 출발부터 난항
입력 2013-05-20 18:26 수정 2013-05-20 22:05
통상임금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출발부터 난항을 겪게 됐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하며 대화를 제안했지만 노동계는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가동되는 등 노사정 대타협의 필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소송 등 갈등 국면이 지속될 경우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노동계는 통상임금 소급분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통해 정당하게 되찾을 권리라는 뚜렷한 인식차를 보이고 있다.
방 장관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뿐 아니라 임금체계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노동계의 대화 참여를 기대했다. 단지 통상임금 범위만을 변경하는 것은 근로자와 기업 간 이해관계 충돌 및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임금체계에 대한 고려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년 60세 연장 및 근로시간 단축,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당면 과제들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인사노무 관리 시스템 개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지난해 3월 대법원 판례에 대해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방 장관은 “전원 합의체 판결은 아니며 판례가 법·제도 개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 장관은 통상임금 문제 논의에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노동계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에 대해 “국가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노사정 대화 테이블이 꾸려지면 현재 법원 판결의 핵심인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우선 판단해 법령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향후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큰 소급분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노동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노총은 지난 1일부터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 작성을 위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자회의는 청년·장년·여성 취업 기회 확대,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격차 해소, 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선 등 4개 과제 수행을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고용률을 끌어올리기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용 창출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에서 기업이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기업의 협조를 이끌어내려면 노동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상임금 문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문제가 떠오르면서 노사정 대타협은 고용 현안을 넘어 대한민국 사회·경제 문제를 뜯어고칠 수 있는 기회의 창으로 부각되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