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사외이사 낙하산 여전… 권력기관 출신 수두룩

입력 2013-05-20 18:20 수정 2013-05-20 21:56


증권사 감사와 사외이사를 금융감독원·정부 고위직 출신이 싹쓸이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감원 출신 감사·사외이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는데도 같은 행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들이 기업에서 제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리를 보존하기에 급급해 로비 창구나 거수기 노릇만 하는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올린 올해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에는 다수의 금감원 출신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현직에 있을 때 감독하던 금융회사에 부원장부터 부국장까지 전직 고위 간부가 직급별로 고루 포진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올해 3년 임기의 상근감사로 선임하려는 김시우 현대저축은행 사외이사는 금감원 검사총괄 부국장 출신이다. 김 전 부국장은 과거에도 쌍용캐피탈 감사, 한신저축은행 사외이사 등을 맡았었다. 직장 이름만 바꿔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를 하고 있다.

김 전 부국장처럼 올해 증권사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후보에 오른 금감원 출신은 송경철 전 부원장(HMC투자증권), 박찬수 전 부원장보(대신증권), 김종철 전 신용정보실장(신영증권), 김진완 전 총무국 부국장(동부증권) 등이다. 김 전 부국장을 영입한 동부증권은 정의동 전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전상헌 전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도 함께 사외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2011년 10월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되면서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은 최근 5년간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에는 퇴직 후 2년간 취업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 출신 감사가 제 구실을 못한 탓에 촉발된 저축은행 사태가 계기였다. 지금 금융회사에서 사외이사나 감사를 하는 금감원 출신은 모두 그 전에 퇴직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각각 생명보험협회 부회장,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 금융보안연구원장으로 간 오수상 전 손해보험서비스국장, 김성화 전 신용감독국장, 김광식 전 기업공시국장처럼 금융 관련 민간단체로 자리를 옮기는 금감원 간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새로 선임한 감사와 사외이사 명단에는 정부 고위 관료 출신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사외이사로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선임하기로 했다. 산업자원부 국장 출신인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이 회사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포함됐다.

이밖에 부국증권은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이종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결의한다.

유진투자증권은 같은 날 이진학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키로 했다.

한편 은행권에 이어 증권가에서도 지난 정권 때 임명된 증권사 사장들이 줄줄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대상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로 있을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KB투자증권의 노치용 사장을 비롯해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 등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