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표에도 욕설·멱살잡이… 툭하면 ‘버럭’ 포용 못하는 親盧

입력 2013-05-20 18:12 수정 2013-05-20 22:06


노무현 전 대통령의 4주기(23일)를 앞두고 친노(親盧·친노무현)계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개 장소에서 잇따라 발생한 ‘세련되지 못한 모습’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 친노계 영화배우 명계남씨로부터 욕설을 들은 데 이어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서는 김한길 대표가 친노계 지지자에게 멱살을 잡혔다.

노 전 대통령 장례식 때 비슷한 일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친노계의 ‘면박’ 해프닝이 있어 왔다. 걸핏하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친노들의 태도에 정치권 안팎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온다.

단순하게 보기로는 극렬 일부 지지자의 점잖지 않은 행동으로 보아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친노 특유의 배타적 태도가 있는 게 아닌지, 아니면 그들의 ‘억울함’이 아직 덜 풀렸기 때문은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내 친노 의원들도 이번 사안을 심상찮게 바라보고 있다. 골수 친노계에 속하는 한 초선 의원은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입장을 과격하게 표출하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서거 이후에 그런 성향이 더욱 확산돼 왔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모습이 남아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배타적인 공격성으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의 친노계 재선 의원도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친노계 지지자 가운데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을 이성이 아닌 감정적으로 사랑한 분들이 있다”며 “그들 입장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친노계 또는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해온 것 자체를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부터 생전 자신에 대한 비판에 다소 ‘과격한 언사’로 감정을 표출해 왔다는 점에서 이게 친노계 특유의 의사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친노계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았고, 서거 이유를 둘러싼 억측으로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도 지속되는 상황을 들어 “대장(노 전 대통령)의 억울함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 친노계의 정치적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간이 갈수록 친노계 세(勢)가 약화되고 있고 구심점이 없어 지리멸렬해지면서 ‘정치적 패배자’로서의 설움이 과격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민주당 내부의 친노계에 대한 지나친 공격이 결국 이런 반응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친노계 문성근 전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이 이달 초 갑자기 탈당한 것도 친노계에 대한 ‘과잉 비난’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우선은 친노계가 자제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세력들도 이들에 대해 지나친 공격을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