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이혼 남편 찾아주세요” 사연 들어보니…

입력 2013-05-20 18:10

지난 6일 밤 10시40분쯤 서울 강동경찰서 형사계에 강모(45·여)씨가 쭈뼛거리며 들어섰다. 강씨는 형사에게 “이혼한 전 남편을 찾아 달라”고 말했다. 형사가 “무슨 사고라도 났느냐”고 묻자 강씨는 “그 사람 도장이 필요해서요”라고 말했다. 경찰은 “도장이요?”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강씨가 전 남편을 찾는 이유는 미성년자인 첫째 딸 김모(19)양의 혼인신고 때문이었다. 김양은 현재 임신 28주로 남모(20)씨와의 혼인 신고를 위해 지난 1월 도봉구청을 찾았다. 하지만 구청 측은 김양이 미성년자여서 부모 신분증과 도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11년 전 남편과 이혼한 강씨는 자신이 김양의 친권과 양육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청 측은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기도 포천에 사는 나모(24·여)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할머니와 함께 생활한 나씨는 5년 전, 혼인 신고를 위해 구청을 찾았다. 하지만 만 19세였던 나씨에게 구청은 부모 신분증과 도장을 요구했다. 아버지와 전혀 왕래가 없던 나씨는 난감했다. 임신중이던 나씨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고 5∼6곳 구청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 결국 나씨는 도장을 위조해 혼인 신고를 마쳤다.

이는 관련 법률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현행 민법 808조 1항은 “미성년자가 혼인할 때에는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부모 중 일방이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는 때에는 다른 일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구청들도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청 관계자는 “친권자 동의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가 “부모 양쪽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송파구청 측도 “어머니 동의만 있어도 된다”고 했다가 2번이나 번복했다. 성동구청 측은 “애매하다”고 했다.

법무법인 다온 김재련 변호사는 “해당 기관이 너무 형식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상황에 맞춘 법률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상목 박세환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