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부가서비스 몰래 가입시켜 27억 꿀꺽
입력 2013-05-20 18:09 수정 2013-05-20 22:09
인터넷 통신업체 SK브로드밴드에 가입한 고객 9만7000여명의 부가서비스 이용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가고 있었다. 협력업체가 고객 돈 27억원을 챙기는 동안 SK브로드밴드는 이 같은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0일 SK브로드밴드 신규 가입자들의 동의 없이 부가서비스에 등록시키고 이용료 27억여원을 챙긴 혐의(컴퓨터 신용사기 등)로 부가서비스 개발업체 A사 대표 신모(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사는 SK브로드밴드의 협력업체로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속도가 느려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격으로 고객 컴퓨터에 들어가 점검과 치료를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씨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SK브로드밴드 신규 가입자 13만명의 전산 정보를 넘겨받아 가입자 PC에 무단 접속한 뒤 임의로 ‘부가서비스 가입 동의’ 처리를 했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고객에게 ‘1개월 무료 서비스 체험 후 해제하지 않으면 그 다음달부터 자동으로 이용료가 부과된다’고 안내한 뒤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신씨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신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가입자 9만7000여명으로부터 매달 이용료 3300원씩을 받아 27억원 상당을 챙겼다. 인터넷 가입 후 한달 안에 부가서비스를 해지한 3만3000여명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신씨는 부가서비스 이용료가 소액이어서 가입자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피해를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점을 노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신씨는 SK브로드밴드와 맺은 계약에 따라 부당이득 27억원 중 30%를 SK브로드밴드에 지급했다. 경찰은 SK브로드밴드 팀장급 직원도 입건해 신씨의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 회사 차원에서 묵인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 중이다.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서비스에 가입시킨 행위는 이용자가 매월 고지서를 확인하는 것 외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방송통신위원회와 수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A사에 대한 고객 불만 건수가 다른 부가서비스 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기됐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며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향후 대응 방침에 대해) 아직까지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