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정신질환’ 보험가입 거절 못해

입력 2013-05-20 18:03 수정 2013-05-20 22:01

앞으로는 우울증·불면증 같은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것 같은 차별을 할 수 없게 된다. 의사, 약사, 간호사, 법조인, 이·미용사 등 각종 자격증 취득에도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법적 제약이 사라진다.

보건복지부는 입원 치료가 필요 없는 경증 정신질환을 가진 이를 법적 정신질환자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정신건강증진법(옛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20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라 정신질환자는 ‘사고장애·기분장애·망상·환각 등으로 독립적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됐다. 현재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모두 정신질환자로 규정해 왔다.

그간 정신보건법에 따라 정신질환자는 의료법, 약사법, 도로교통법 등 120여개 법률에 따라 차별받아 왔다. 예를 들어 우울증으로 약을 처방받은 사람이 의사면허를 취득할 때는 업무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아야 했다.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경우에는 운전면허증 취득도 제한됐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법적 정신질환자 규모는 현행 약 368만명(2011년 기준)에서 92만명으로 75% 줄게 된다. 약 276만명의 경증 정신질환자가 법률적 의미에서 정신질환자 분류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더불어 이들이 받아온 각종 제약도 사라지게 된다. 민간보험의 차별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간 민간보험사는 정신질환 이력을 근거로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올려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차별의 정당한 근거를 대야 하는 책임을 보험사가 지게 된다.

개정안은 또 환자 의사와 무관한 ‘비자발적 입원’을 ‘환자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강제입원 후 재심사 기간도 현행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된다.

아울러 개정안은 초·중·고교 및 대학, 300인 이상 고용 사업장, 경찰·소방기관이 소속원의 정신건강을 위해 반드시 교육·상담·치료 사업을 시행하도록 의무화했다. 지역주민의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한 정신건강증진센터 기능을 확대하고 국립정신건강연구 기관을 설립할 근거도 마련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