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대원국제中 입시비리… 성적조작해 학생 골라 뽑았다
입력 2013-05-20 18:02 수정 2013-05-21 01:37
서울 영훈국제중학교와 대원국제중학교가 특정 학생의 합격을 위해 지원자들의 성적을 조작하는 등 입시비리를 저지른 것이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8일∼4월 12일 실시한 두 학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감사결과 두 학교는 지원자의 인적사항이나 수험번호를 가리지 않고 채점하는 등 공정한 심사를 하지 않았으며, 입시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최근 3년간 심사자 개인별 채점표를 무단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교육청은 두 학교가 2013학년도뿐 아니라 지난해와 2011학년도에도 입시비리를 저질렀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영훈학원 이사장에게 학교회계 부당 관여 등 책임을 물어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교감 등 비리 관련자 11명을 서울북부지검에 고발했다. 또 10명은 파면 등 징계하라고 학교법인에 요구했으며 부당 집행한 23억2700만원은 회수하라고 지시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영훈국제중 입시비리 사건을 형사6부(신성식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영훈국제중은 지난 3월 서울교육단체협의회에 의해 교장과 이사장이 같은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키로 했다.
◇합격자 입맛대로 고르고 지원자 노출시킨 채 심사=영훈국제중의 경우 2013학년도 입학전형에서 교감과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 등 주도로 특정 학생들을 합격 또는 불합격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했다. 이들은 일반전형 1차 시험인 ‘객관적 채점 영역’에서 전체 지원자 1193명 중 525∼620위인 중하위권 지원자 6명에게 2차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줘 합격권인 384위 내로 진입시켰다. 이들 중 3명은 추첨으로 최종 합격했다. 반대로 학교가 입학 부적격자로 분류한 학생이 합격권에 있을 때는 심사자의 재량권이 큰 주관적 영역에서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를 줘 떨어뜨렸다.
사회적 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에서도 조작이 있었다. 특히 비경제적 사배자 중 3명은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받고도 합격권인 16위 내에 들지 못하자, 학교 측이 다른 지원자 13명의 점수를 깎았다. 이 밖에 일부 학생을 강제로 전학 보내는 등 징계권을 남용하고 이사장이 학교회계 집행을 부당하게 관여·통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원국제중은 2010학년도 차세대리더전형 탈락자 15명을 다시 일반전형에 지원토록 해 1단계를 통과시키고 이 중 공개추첨인 2단계 전형을 통해 5명을 최종 선발했다.
◇교육계 “봐주기·꼬리자르기식 감사” 비판=서울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된 것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의 일부에 그쳐 봐주기식 감사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은 “편입학 장사 의혹이나 학교발전기금의 대가성 여부 등을 간과했다”며 “국제중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대로 추락한 만큼 문용린 서울교육감은 조속히 국제중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 조승현 감사관은 “인가 취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부정입학생에 대한 ‘입학 취소’ 부분도 검찰 수사에서 확실히 입증된 후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두 번째 졸업생을 배출한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은 졸업생의 70∼80%가 외국어고·과학고·자율형사립고 등에 합격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특목고 진학 등용문’으로 불리고 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