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대학 캠퍼스… 中 ‘소프트파워 전략’ 시동

입력 2013-05-20 17:51

중국이 새로운 ‘소프트 파워’ 확대 전략으로 대학의 해외 진출과 국제화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대학평가에서 ‘톱5’ 안에 드는 명문대로 손꼽히는 저장대가 최근 영국의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CL)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런던 캠퍼스 설립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텔레그래프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CL이 런던의 화이트시티에 조성키로 한 새 캠퍼스는 3000여명의 과학·기술 연구 인력을 수용하는 대규모 리서치센터로 1억5000만 파운드(약 25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ICL은 그동안 해외 기업과 대학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왔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예일이나 뉴욕대처럼 중국 대학들을 해외로 진출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저장대가 서방 유력 국가에 해외 캠퍼스 설립에 성공한다면 중국 내 다른 대학들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장슈친 중국 교육부 국제교류 담당자는 “중국은 국내 대학의 해외 진출과 국제화를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저장대의 해외 캠퍼스는 다른 대학들을 위해 길을 닦는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샤먼대도 말레이시아에 캠퍼스 설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저장대의 런던 캠퍼스 설립에는 중국 쪽이 훨씬 더 적극적이다. ICL 측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구속력이 없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세부 합작 계획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숭용화 저장대 부총장은 “ICL과 저장대 학생이 협력할 수 있는 공동 연구소 설립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키스 어니언스 ICL 총장이 항저우를 방문해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저장대 고위 관계자는 물론 저장성 성장과 부성장, 교육부 부부장(차관)까지 참석했다. 텔레그래프는 “당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물론 방송까지도 즉시 뉴스로 다뤘다”면서 “중국이 이번 사안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대학의 해외 캠퍼스 진출을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물론 중국의 ‘하드파워’가 서방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 대학교육 전문 블로거인 마이클 고는 “대학교육은 틀림없이 중국의 소프트파워 확산 노력의 선봉으로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2007년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문화가 한 나라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데 갈수록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공식화됐다. 이후 중국은 전 세계 390여개 공자학원과 언론을 앞세워 소프트파워 강화에 나서왔다. 공자학원의 경우 2015년까지 5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미국 워싱턴DC에 중국 관영 CCTV 지국을 설립하며 중국인 기자만 60여명을 투입했고 케이블 채널 인수 등 영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