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여성들 귀하게 사용… 한국교회도 역할 확대해야”

입력 2013-05-20 17:31


좌담 - 성경과 한국교회사 통해 본 여성 리더십 진단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여성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20일 ‘성경과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여의도 본사 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갖고 성경적 여성 리더십에 대해 조명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여성의 역할을 인정하고 확대하며, 여성들은 가정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에는 장신대 주선애 명예교수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고세진 교수, 세계성령중앙협의회 대표회장 유순임 목사와 이사장 안준배 목사가 참석했으며 안 목사가 진행을 맡았다.

참석자 ▶

주선애 명예교수(장신대)

유순임 목사(세계성령중앙협의회 대표회장)

고세진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안준배 목사(세계성령중앙협의회 이사장)


△안준배 목사=성서와 한국교회 및 사회에서 여성은 그동안 ‘을’의 위치에서 ‘갑’인 남성에게 종속된 관계로 그려지곤 했다. 한국교회사에서 여성의 역할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소평가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성령의 모습 안에 모성적인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이 제대로 인정되고 평가돼야 한국교회가 앞으로 발전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세진 교수=성경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당시 형편은 현대 여성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하고, 남성에게 종속된 경우가 많았다. 성경학자 매튜 헨리에 따르면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게 하기 위해 남성의 갈비뼈로 여성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빠르게 종속 관계로 전락했다. 성경 속 여인들은 아내와 어머니로 존재할 때는 나름의 설 자리를 유지했지만, 과부가 되면 그 지위를 금방 잃곤 했을 뿐 아니라 핍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원리와 다른 것이다.

△주선애 교수=우리나라 역사에서 여성의 지위가 급속도로 약화된 것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채택한 조선사회에서였다. 남자는 ‘밖의 일’만을, 여자는 ‘안의 일’만을 하도록 규정한 유교의 ‘남녀유별’ 사상이 남녀 사이의 거리를 하늘과 땅만큼 벌여 놓았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가 수백년간 지속되면서 여성의 지위는 추락했다. 하지만 복음이 들어오면서 한국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교회에서 예배드리던 아내를 남편이 공개적으로 구타하기도 하고, 가난을 면키 위해 딸을 파는 등 여성에 대한 박해가 많았다. 이를 본 외국 선교사들이 본국에 한국 여성의 상황을 전하면서 한국 여성에 대한 교육의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교회가 여성교육 사역을 시작하면서 한국교회사에서 한국 여성들의 역할도 확장됐다. 여성에 대한 핍박이 오히려 한국 여성들의 복음 수용성을 증가시킨 것이다. 이들은 ‘신여성’이 되어 19세기 말 서울 도심에서 ‘축첩반대 운동’을 펼쳤다. 같은 시기에 시작된 여전도회는 복음 전파에도 큰 역할을 했지만, 국채보상운동과 반찬줄여먹기운동 동 애국운동에도 큰 기여를 했다. 성미(聖米) 제도 역시 한국에서 나온 독특한 여성기독교 운동이다.

△안 목사=주 교수님 말씀처럼 한국 여성들은 절제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사회 개혁에 앞장서 왔다. 또 문준경 최자실 전도사처럼 한국교회사에서 큰 역할을 한 여성 사역자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교계는 아직도 보수적인 것이 사실이다. 한국 교계에서 여성들의 위치와 현실은 어떠한가?

△유순임 목사=저는 40년 이상 군(軍)선교와 교정시설선교, 미자립교회 지원 및 해외선교에 헌신했다. 60개국을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해외에서는 여성 사역자들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다. 집회를 인도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한국 교계는 특히 여성 사역자들에게 문턱이 높다. 그래서 교회를 개척할 때도 담임목사를 따로 청빙하고, 전도사라는 이름으로 함께 사역했다. 부흥회를 다닐 때는 목사들이 자리를 피하거나, 강단에 서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겸상도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를 지나, 이제 예수님 때문에 여성 사역자들이 복음을 전하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하지만 한국 교계의 높은 문턱을 경험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민족을 위해 큰일을 한 드보라나 에스더 같은 성경 속 여인들의 피가 한국교회 여성들에게도 흐르고 있다고 믿는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여성들도 귀하게 여기시고 사용하실 것이다. 130여년 전에 복음을 받아들이고 순교했던 한국교회 여성들이 있었다. 우리도 이제 자존감을 높이며 사역에 나서야 한다.

△안 목사=문제는 불균형에 있다고 본다.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남녀평등을 바탕으로 한 종교다. 사회도 많이 변해, 이제는 여성 법조인의 수가 남성 법조인 못지않다고 한다. 하나님의 창조섭리에 따라 한국교회는 이제 여성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고 교수=기독교가 우리나라에 전파되면서 한국 여성의 지위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여성 지도자들을 6명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은 모세의 아내였던 십보라와 라합, 룻, 시바 여왕, 술람미 처녀, 리디아 등이다. 십보라는 남편을 살렸고, 라합은 이스라엘 민족을 살렸고, 룻은 남편의 가문을 살렸다. 시바 여왕은 에티오피아에 솔로몬 왕의 후손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들은 모두 비유대인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다문화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여성이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중의 편견 속에 고통 받고 있는데, 한국사회에 들어온 외국 여성들이 이제는 교회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한국 교계가 문을 열어줘야 한다.

△주 교수=기독교가 전파되기 시작했을 무렵, 우리 여성들은 전도사라는 직함은 물론, 개인의 이름도 없이 ‘누구 모친’, ‘누구 아내’라는 이름으로 복음을 증거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문화와 언어, 환경이 낯선 선교사들의 조력자이자 도우미로 활동했다. 선교사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하게 됐고, 전도도 시작하게 됐다. 그게 바로 전도사의 시작인 것이다. 1907년 대부흥이 일어나면서 한국사회에는 전도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평신도, 특히 여성 평신도들이 복음 전파의 일꾼이 됐다. 또 성경을 배우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사경회와 성경공부 운동으로 나타났다. 한 지방 전체가 모여 성경공부를 하고, 나가서 전도하고, 저녁이면 모여 그날에 배운 성경을 복습하고, 전도 현장에서의 경험을 나눴다. 이러한 운동이 진행되는 데 한국교회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리고 이런 활동은 한국교회 여성들에게 해방감을 주었을 것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의식변화는 여성 문화 전반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불편했던 옷이 편리하게 바뀌었고, 주머니를 핸드백처럼 들고 다니며 신여성이라는 칭호도 받았다. 또 안방에서 남편과 겸상하는 문화도 기독교가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여성들의 교육에 대한 의식이 변화된 것이었다. 한나가 사무엘을 교육했던 것처럼, 로이스와 유니게가 디모데를 교육했던 것처럼 당시 한국 여성들은 자녀들이 민족의 역사에서 큰일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하기를 바라며 가르쳤다.

△유 목사=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성경 속 여인들은 이방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생명을 걸고 나라를 지켰다. 이제 한국교회 여성들도 성령을 받아 스스로를 변화시켜 가족과 교회, 그리고 나라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 교수=한국교회 여성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을 외국에 나가서 낳으려 하거나, 내 아이는 더 나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핑계 속에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고 있다. 복음을 처음 받아들였던 우리 여성들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더 귀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독립운동에 앞장섰고 순국을 각오했는데, 지금 우리 여성들은 가족이기주의에만 빠져 있지 않나. 여성들의 교육철학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망국교육’이 되고 만다. 내 아이는 좋은 대학을 보내야 한다는 ‘일류대학병’에서 망국이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950년대 유학 시절, 미국 가정집에서 주부들이 주방에 지도를 걸어 놓고 기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이제 우리 한국교회 여성들도 내 가정, 내 자녀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큰 그림을 놓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며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정리=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