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는 재개했지만…곳곳에서 주민과 충돌

입력 2013-05-20 17:23

[쿠키 사회] 한전이 경남 밀양지역의 765kV 송전탑 공사를 20일 재개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저지로 공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이날 오전 단장면 고례리 3곳, 상동면 도곡리와 옥산리, 부북면 위양리 등 모두 6곳에서 송전탑 공사 재개를 시도했다. 한전 측은 “현재 단장면 2곳과 부북면 위양리 등 3곳에서 기초 작업, 진입로, 부지조성 등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장면 고례리 1곳, 상동면 도곡리와 옥산리 등 3곳은 30~70명의 주민들이 송전탑 현장 임도 등을 막고 거세게 저항해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부북면 위양리의 경우 주민 60여명이 공사 인력의 진입을 막고 있으나 농성장에서 조금 떨어진 송전탑 현장의 부지 조성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위양리 평밭마을 이모(82) 할머니 등 2명은 현장 입구를 가로막은 경찰과 대치하다가 알몸 시위를 벌였다. 이 할머니는 경찰과 대치 중 실신해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의식을 회복했다. 도곡리 109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도 한전 측 인력과 대치하던 이모(80) 할머니와 서모(83) 할아버지가 타박상을 입고 탈진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한전은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송전탑 공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765kV 송전탑은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있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경남 창녕군의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기 위한 시설이다. 송전선로는 5개 시·군을 지나는 90.5㎞에 걸쳐 있으며, 송전탑은 모두 161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전체 송전탑 가운데 67.7%인 109기는 설치가 끝났으나 밀양지역에 들어설 52기(32.3%)는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송전탑은 밀양시 단장면 21기, 상동면 17기, 부북면 7기, 산외면 7기다.

반대 주민들은 ‘지중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한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전과 주민의 갈등은 2008년 7월 밀양 주민들이 송전선로 백지화를 요구하며 첫 궐기대회를 연 이후 표면화했고 그동안 대화와 대치, 공사재개와 중단을 거듭해왔다. 그 과정에서 주민 1명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졌다.

밀양=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