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접종·정기검진하면 안심

입력 2013-05-20 17:14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김선행)가 올해 자궁경부암 예방주간을 맞아 20∼23일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 ‘건강한 성인식-자궁경부암으로부터 생명을 구하다’란 주제 아래 ‘찾아가는 리무진, 퍼플리본 캠페인’을 펼친다. 자궁경부암 전문 산부인과 교수들이 올해 성년이 되는 93년생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인식 파티를 열어주고, 자궁경부암 예방과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다.

학회 김선행 이사장은 20일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2분마다 1명씩 여성의 생명을 앗아가는 암이지만, 백신접종과 정기검진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암”이라고 강조했다. 자궁경부암이 왜 생기며,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반복감염 피해야=자궁암은 40대 이후 중년 여성들에게 많이 발견되는 암이다. 진행 정도에 따라 병기를 0기부터 4기까지 총 5단계로 나눈다.

자궁암 0기는 자궁경부 상피, 즉 자궁 입구 세포의 가장 바깥 쪽 겉 부위 세포에만 암이 국한된 상태다. 즉 극히 초기의 자궁경부암으로, 흔히 25∼40세의 젊은 나이 여성들에게서 발견된다.

제일병원 여성암센터 부인종양학과 임경택 박사는 “최근에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여성들이 늘면서 자궁경부 이형성증 단계에서 암의 씨앗(돌연변이세포)을 발견, 그 씨앗을 말려 죽이는 방법으로 암 발생을 원천봉쇄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자궁경부 이형성증이란 세포돌연변이가 발생하는 전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자궁경부의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려면 반드시 ‘이형(성)세포’란 중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상세포가 이런 발암 전 단계에서 진짜 암세포로 변하기까지는 적어도 10∼1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암은 전암 단계의 이형성증 환자를 포함해 성 상대자가 여러 명인 여성, 10대에 성 경험 및 임신이나 분만 경험을 한 여성, 과거 성병을 앓은 여성, 임신과 분만 횟수가 많은 여성, 담배를 피우는 여성일수록 발병 위험이 크다.

성 접촉으로 인해 전파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있는 사람도 고(高)위험군에 속한다. HPV는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약 80%에서 발견되는 병원체다. 대부분의 HPV 감염은 수개월 후 자연적으로 소멸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HPV 감염이 반복되면 이형세포와 같은 세포돌연변이가 촉진되고,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도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백신접종과 정기검진 통해 극복 가능=다행히 HPV는 현재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다. 성관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청소년기에 백신을 맞아두면 HPV 감염에 의한 자궁경부암 발병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국내 시판 백신의 예방 효과는 약 70∼80%다. 정기적으로 선별검사를 받아 암세포를 이형성증의 전암 단계는 물론 가급적 발생 초기에 발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국립암센터가 성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의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받도록 권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상세포가 이형세포로 변하고 암세포로 변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나 징후는 거의 없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김영태 교수는 “출혈이나 허리 통증과 같이 특별한 증상이 나타난 후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면, 벌써 자궁암이 꽤 진행된 상태이기 쉽다”고 지적했다. 치료 방법은 병기와 임신 희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전암 단계인 이형세포 및 0기 때는 환부만 전기 또는 레이저로 지지거나 얼리는 냉동요법으로 치료해 자궁을 보존할 수 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연필 깎기와 같은 형식의 원추절제술로 자궁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임신을 위해 자궁이 꼭 필요한 형편이 아닐 때는 안전을 위해 자궁 전체를 들어내는 전자궁적출수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궁을 들어내도 아기만 다시 못 갖게 될 뿐 성생활 등 일상생활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암세포가 자궁경부 겉 표면에서 안쪽 조직으로 파고드는(1기 이상) 상태를 ‘침윤성 자궁경부암’이라고 한다. 이때는 자궁 주위 임파절까지 도려내는 광범위한 자궁경부암 근치 수술이 필요하다. 더 심해지면 수술 외에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을 포함해 2가지 이상의 치료법을 병용해야 하고, 그만큼 생존율도 낮아지게 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