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향식 공천제 도입은 바람직하지만
입력 2013-05-20 18:57
대규모 선거가 임박하면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몸살을 앓는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과거 국회의원 선거만 보더라도 등장인물만 달랐지, 과정은 엇비슷했다. 당을 장악한 주류가 선거를 계기로 자파 세력의 확대를 꾀하면서 반대파를 공천에서 배제해 ‘밀실 공천’ ‘공천 학살’ ‘살생부’라는 등의 잡음이 불거졌다. 노무현 정부 때의 열린우리당, 이명박 정부 때의 한나라당 그리고 지난해 총선 직전의 새누리당 등 야당보다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여당에서의 내홍이 심했다.
중앙당 중심의 하향식 공천제도의 폐해는 적지 않다. 중앙당에서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 후보들을 결정하다보니 주류의 눈 밖에 나면 공천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자질과 능력 등 일관된 선정 기준이나 원칙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략공천’이란 명분으로 지역에서 봉사한 적도 없는 후보를 낙하산식으로 내려 보내는 오만한 일도 버젓이 벌어졌고, 이따금 ‘돈공천’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터져 정치 불신을 가중시켰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여야는 지난 대선 때를 포함해 틈나는 대로 상향식 공천제 도입을 언급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도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대표 발의해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주목된다. 핵심 내용은 상향식 공천 시스템 구축이다. 정당이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 후보를 추천할 때 지역주민들과 당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중앙당이 아닌 시·도당에서 관리하는 경선을 통해 결정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상향식 경선에 의해 후보로 선출된 경우에만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후보로 등록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남경필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서명한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정당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발전에 일정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허점이 없는 건 아니다. 정당을 통한 신인들의 정치권 진입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지역주민들과 당원들을 경선에 참여시킨다고 해도 기성 정치인들과 신인들이 동일한 출발선상에 섰다고 볼 수 없다. 현역들이 신인보다 인지도가 훨씬 높고, 조직력이 탄탄해 시·도당 주도로 경선을 치러도 현역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는 얘기다.
중앙당이 갖고 있는 공천권을 지역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그 빛이 바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인들이 기성 정치인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여야는 국회 심사과정에서 신인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