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밀양 송전탑 건설,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입력 2013-05-20 18:55
한국전력공사가 경남 밀양지역 송전탑 공사를 8개월 만에 재개하면서 주민들과의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한전이 사전에 합의를 이룬 곳에서는 공사가 정상적으로 시작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과 경찰이 대치하면서 80대 할머니가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2007년 정부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로부터 북경남변전소까지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승인하면서 시작된 갈등이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것이다. 한전은 여름철과 겨울철 전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오는 12월 상업운전이 예정된 신고리원전 3호기 가동을 위한 송전탑 건설 재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압선에 건강과 재산을 위협받으며 “삶의 터전을 빼앗지 말라”고 외치는 70, 80대 노인들의 반발도 지역이기주의로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양측 모두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혐오·기피 시설인 원전,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쓰레기매립장, 추모공원 등의 건설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국책사업의 공공성과 지역주민의 기본권이 충돌하면서 불필요한 폭력이 동원되고, 이념 갈등으로 비화돼 사회 전체가 양분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강원도 춘천의 시립화장장 이전, 서울 광진구의 국립서울병원 재건축, 울산 북구의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건설 등 갈등을 극복한 경우도 많다. 이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등이 상대방을 이해하겠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양보하면 얼마든지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송전탑을 못 세워 신고리원전 3호기가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겨울철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으리라는 한전의 우려는 타당성이 있다. 시간이 촉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전은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보고 다시 설득에 나서야 한다. 주민들 역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