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호철] 로또

입력 2013-05-20 18:52

흔히 ‘인생역전’ ‘대박’을 가리킬 때 ‘로또’가 거론된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이 814만5060분의 1로 벼락 두 번 맞을 확률보다도 낮은 데다 당첨금이 최고 수백억원에 이르고 매주 10만원어치씩 3120년 동안 사야 한 번 당첨될까말까 하다니 그럴 만도 하다.

지난 주말 실시된 제546회 로또 추첨에서 당첨자가 30명이나 쏟아져 나오고 1등 당첨금이 4억594만원까지 떨어지면서 당첨자들의 실망도 커질 듯싶다. 역대 최고 당첨금이었던 2003년 4월 제19회 당첨금 407억2296만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고 평균 당첨금 약 30억원에도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2003년 4월 제21회의 23명(당첨금 각 7억9748만원)이었던 최다 당첨자 기록과 2010년 3월 제381회의 5억6574만원(1등 당첨자 19명)이었던 최소 당첨금 기록도 2002년 12월 로또가 도입된 지 10여년 만에 모두 갈아치웠다.

국내에서 최소 당첨금이 나오던 날 미국에서는 사상 최대 복권 상금인 5억9000만 달러(약 6593억원)를 탄 당첨자가 나왔다. 최근 16주 동안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상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첨 확률이 1억7500만분의 1이라고 하니 ‘슈퍼 잭팟’임에 틀림없다.

인생역전이 아니라 인생파멸을 가져온 로또의 저주도 비일비재하다. 1등 당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당첨금 때문에 아내를 구타해 입건되는 사건도 있었다. 당첨금을 8개월 만에 탕진하고 금은방을 털다 감옥 신세를 진 당첨자도 나왔다. 해외에서도 당첨자들이 살인 피살 상해 파산 정신병 등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미국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로또 당첨자들의 90%가 결국 쪽박을 찼다.

그럼에도 로또 관련 각종 인터넷 동호회나 카페 등에 회원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 당첨번호 맞히기로 유명한 전문가들이 예상 당첨번호를 작성해 신청자들에게 ‘분양’해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사람이 로또계를 결성해 예상 당첨번호군에 있는 로또를 대량 구매하는 공동구매도 성행이다. 행운의 숫자를 뽑아주는 컴퓨터 프로그램, 믿거나 말거나 정보 등 대박을 좇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로또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로또가 팍팍한 살림살이를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지갑은 얇아진다. 로또에 일확천금의 헛된 망상을 거는 것보다 ‘일주일의 행복’을 기대하면 좋을 듯하다.

남호철 논설위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