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조루
입력 2013-05-20 17:08
네티즌이 사용하는 말 중에 ‘조루 배터리’란 게 있다. 스마트폰의 짧은 배터리 지속시간을 빗대 만든 신조어다. 괜히 민망해 입에 올리기가 쉽지 않던 조루란 병명이 최근 들어 인터넷 상에서 되레 재미있고 친숙하게 사용되고 있다.
조루는 약간의 성적 자극으로도 질 내 삽입 전, 삽입 당시, 삽입 직후 또는 자신이 원하기 전에 오르가즘과 사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조루 증상은 마치 재채기와 같아서 조루가 있는 남성은 곧 사정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을 수가 없다. 학계에서는 조루 원인을 중추신경계 내 성적 흥분을 담당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이상감소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조루는 성생활을 하는 남성의 약 30%에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다. 남자 10명 중 3명은 조루를 겪는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성관계 지속 시간, 사정 조절 능력, 성관계에 대한 만족도뿐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만족 수준도 낮다. 한 설문조사 보고에 따르면 조루 남성 중 50%는 ‘너무 빨리 오르가즘에 도달해 성행위 시 자존심이 상한다’, 26%는 ‘너무 빨리 절정에 이르러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잃게 됐다’고 응답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조루 때문에 비뇨기과를 찾는 남성은 매우 적은 편이다. 조루의 특성상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운데다, 비뇨기과 문턱을 넘는 것 자체를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현대의학 발달에 힘입어 조루 치료는 크게 어렵지 않게 됐다. 먹는 약으로 조루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 예로 조루 치료를 위해 개발된 ‘다폭세틴’ 성분의 약은 성행위 1∼3시간 전 복용하면 사정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약 4배 지연시켜 주고 사정조절능력을 효과적으로 개선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루 치료제는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임의로 살 수 없다. 성기능장애 전문가인 비뇨기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부끄럽더라도 이왕 조루 문제로 병원에 가게 될 때는 의사에게 이야기할 것들을 미리 머릿속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언제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됐는지,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 의사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먼저 생각해 두라는 말이다. 곤혹스러운 상황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잊을 수 있으므로 메모지에 간단히 적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루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혼자서 고민만 거듭하는 행위는 환자 자신은 물론 파트너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성생활의 만족감을 떨어트리는 조루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문두건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