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前 총리 별세… ‘한강의 기적’ 산업화 이끈 주역

입력 2013-05-19 19:07 수정 2013-05-19 23:33

1970년대 경제개발을 주도했던 남덕우(사진) 전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경제계 1세대 원로인 남 전 총리는 1960년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서강학파’의 대부로 이름을 날렸다. 69년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 장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 평가단회의에서 소신 발언을 하는 남 전 총리를 눈여겨본 박 전 대통령이 고인을 발탁했다.

고인이 교수 시절 펴낸 ‘가격론’을 본 박 전 대통령이 “경제정책에 상당히 비판적이던데 어디 한번 직접 맡아 해보라”고 제안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후 남 전 총리는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국무총리 등을 거치며 3~5공화국 시절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원회장과 경제정책자문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2007년 대선 경선 때는 당시 박근혜 캠프에 합류, 경제자문단 좌장을 맡았다. 당시 고인이 이끌었던 경제자문단에는 성균관대 교수 출신인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남편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이 있다.

고인은 박 대통령 취임 후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원로 오찬에 참석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미래세대에 잘 교육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19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각계의 추모행렬도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에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한덕수 무역협회장 등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오후가 되면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추모객들의 발길은 더욱 잦아졌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고병우 전 건설부 장관,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총재, 이봉서 전 산공부 장관,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 등이 방문해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명박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도 조화를 보냈다. 현 부총리는 “고인이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있을 때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었다”며 “혜안이 있으셨던 분”이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재계도 잇따라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전경련은 논평을 내고 “고인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우리나라 경제 현대화의 산증인”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널리 알리려고 노력한 영원한 현역”이라고 애도했다.

무역협회는 고인이 제18∼20대 무역협회 회장을 맡아 서울 삼성동 종합무역센터 건립을 주도했고 코엑스 전시장 등 무역 인프라를 구축해 무역입국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지며 한덕수 무역협회장과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고인은 오는 22일 영결식 후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정부경 신상목 유성열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