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성공단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입력 2013-05-19 19:04

北 당국은 남남갈등 일으키려 말고 대화 제의에 즉시 응하라

정부가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를 폄훼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 공단 중단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진정한 의사가 있다면 우리의 대화 제의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통일부가 강한 어조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팩스를 보내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문제를 협의할 구체적 일정까지 우리 당국에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6일과 18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7∼8곳에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명의 등의 팩스를 보내 남측 인원이 마지막으로 철수한 지난 3일 협의 의사를 밝혔고, 구체적인 협의 및 출입계획을 5월 6일까지 제출하라고 일정까지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일부에 따르면 당시 북측은 미수금 1300만 달러를 실은 현금수송차와 함께 개성을 찾은 김호년 개성공단관리위 부위원장에게 협의 용의를 전했으나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이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며 통신선이 모두 끊긴 상태이니 남북간 채널을 통해 정식으로 입장을 보내주면 답변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속 연락이 없어 지난 14일 대화를 역제의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볼 때 북한에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우며, 기업에 팩스를 보내 왜곡된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입주기업과 정부를 이간질하고 남남 갈등을 일으키려는 속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 긴장을 고조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선 안 되며 정치적 흥정이나 줄다리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공단 출입금지 조치로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북한 근로자들뿐 아니라 입주 기업인에게도 개성공단은 경제적 기반이자 삶의 터전이다. 공단 가동 중단은 양쪽 모두의 생활 기반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행동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입주 기업인의 애타는 심경을 헤아린다면 이들을 동요시켜 남한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공화국의 존엄 훼손을 거론하며 공단 중단의 책임을 남한 언론에 돌리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우리 측의 자구노력을 빌미로 삼는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 개성공단을 정치적 문제들과 연동시키면 이른 시일에 해법을 찾기 어렵다.

공단 정상화가 지연될수록 입주기업의 불신과 실망이 커지고, 공장을 다시 돌릴 여력을 점점 상실하게 된다. 북한 당국은 우리의 대화 제의를 ‘교활한 술책’이라고 매도하지만 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제품과 자재 회수를 속히 허용해 기업의 숨통을 터주는 것은 최소한의 신용을 지키는 일이다. 진정성이 불투명하지만 북측이 어쨌든 협의 의사를 밝혀온 만큼 이를 좋은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우리 정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치에서 벗어나 사업의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40일 넘게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남북의 완충지대, 화해의 상징을 되살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