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존 경영… 美 반덤핑 관세… 중국 태양광업체 ‘태양왕의 몰락’

입력 2013-05-19 18:46


중국의 태양광 패널 기업 ‘선테크파워홀딩스’의 설립자 스정룽(50)은 2010년 시드니대 학생들을 상대로 성공에 대한 연설을 할 만큼 모두의 부러움을 받던 사람이었다. 대학 시절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호주로 건너간 뒤 태양광 기업의 연구 책임자로 일하다 고국으로 돌아가 사업을 일으켰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있다.

기업 연구자로 평탄하게 살던 그가 인생의 진로를 바꾼 건 2001년 중국 장쑤성 우시시로부터 함께 사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뒤다. 당시만 해도 태양광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을 때였고, 우시시의 재정지원을 받아 창업한 선테크는 곧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는 ‘태양왕(Sun King)’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2010년은 스의 인생의 정점이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선테크의 경영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턴가 스의 기업과 인생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현재 선테크의 빚은 22억 달러에 이르고 5억4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3월 중국에 있는 본사 선테크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스 자신도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뉴욕법원에 기소됐다. 잘 나가던 시절 뉴욕증시에서 160억 달러 정도로 평가됐던 선테크의 시가총액은 현재 1억600만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3년 사이 왜 이렇게 급전직하했을까. 중국 태양광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견제 조치가 선테크 몰락의 원인으로 우선 꼽히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태양광 패널업체들에 18∼ 250%에 이르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중국 업체들이 정상가보다 턱없이 싼 가격에 물건을 거래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안겼다는 이유에서다. 선테크 역시 31%를 넘는 ‘관세폭탄’을 맞았다. 이달 초 유럽연합(EU)도 중국 태양광 패널업체들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한 상태다.

관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선테크를 비롯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체질이 돼 있었다는 점이다. 규모를 늘릴 때도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설립부터 지방정부의 도움을 받은 선테크도 예외가 아니어서 생산시설을 지을 때도 국가에서 융자를 받아 왔다. 하지만 국가 지원을 노린 비슷비슷한 기업이 늘어났고, 생산을 더 이상 확충하면 안 될 정도로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경영은 급속도로 악화되어만 갔다. 관세 부과는 말하자면 결정타였다. 스는 현재 선테크 회장직에서도 해임된 상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