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급성장하는 중국 영화시장
입력 2013-05-19 18:45 수정 2013-05-19 21:48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건이 지나고 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에 이어 중국이 시장경제를 거듭 표명했던 때. 혁명이니 계급이니 하는 말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장사와 돈벌이로 쏠렸다. 중국의 90년대는 이처럼 사회 전체가 바뀌는 독특한 연대였다.
요즘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화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致我們終將逝去的靑春)’은 이 시대가 배경이다. 처녀작으로 영화를 감독한 여배우 자오웨이(趙薇)는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치링허우’(70後·70년대생).
계층 간 차이, 막 시작된 성개방 풍조, 사랑과 장래 계획, 물질적 압력과 가치관 혼란…. 자오웨이는 이러한 것들로 갈등을 겪는 치링허우 대학생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은 지난달 26일 개봉 첫날에만 4650만 위안(약 83억원)어치나 티켓이 팔렸다. 상영 첫 4일 동안 실적은 2억 위안(약 360억원). 중국 영화사상 신기록이다. 지금도 치링허우를 중심으로 이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극장가에서는 지금 한·중 합작 ‘이별 계약(分手合約)’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한국의 CJ가 제작했다. 중국 측은 투자금의 절반을 부담하고 배급을 맡았다. 오기환 감독이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을 그린 ‘선물’을 리메이크한 것. 중국에는 없는 최루성 멜로 장르인 데다 바이바이허(白百何) 등 중국 배우를 기용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개봉 이틀 만에 제작비 3000만 위안(약 54억원)을 회수했고 4일째까지 티켓 판매액은 7066만 위안(약 128억원)이었다. 지난 한 달여 동안에는 2억 위안(약 360억원)을 기록했다.
‘이별 계약 방식’은 중국 영화시장을 뚫은 새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스크린쿼터 때문에 한국 영화를 연간 2편밖에 상영할 수 없다. 그러나 한·중 합작은 쿼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게 바로 창조경제의 한 예가 아닐까. 지난해 중국 영화시장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섰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2020년에는 미국보다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