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거리 미사일 쏘던 날 ‘유람선 출항식’
입력 2013-05-19 18:34 수정 2013-05-19 22:18
정부는 북한이 동해안에서 18∼19일 연속으로 단거리 유도탄(발사체)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19일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상태에서 북한이 유도탄을 발사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군 당국은 3월 초부터 격상된 군사대비태세를 계속 유지하면서 북한군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발사체가 중·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일단 강력한 도발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고 유관 부처별로 회의를 열어 발사체의 정확한 성격과 능력, 북한의 발사 의도와 움직임 등을 분석 중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발사가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계속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 도발에 일관된 대응을 보임에 따라 미국과 직접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유도탄 이벤트’를 벌였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발사로 미국의 관심을 다시 끌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대화로 전환되는 국면을 만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전승기념일(7월27일)까지는 안보위기를 고조시키는 전술을 고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단거리 유도탄을 쏘아 올렸지만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군사적 도발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18일 나선-금강산 국제관광에 이용되는 유람선 황성호의 출항식을 열었다.
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날 한 술 공장을 현지지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전날엔 간장, 된장, 당과류 등을 만들어 군인들에게 공급하는 식료품가공공장인 ‘2월20일 공장’을 찾았다.
대신 북한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공단 파행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는 내용의 문서를 팩스로 연이어 보내는 등 ‘남남(南南)갈등’ 조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은 전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명의의 A4용지 2장짜리 문서를 팩스로 우리 입주기업 7~8곳에 보냈다. 북한은 문서에서 “남측에 (지난) 6일까지 개성공단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 및 출입계획을 제출하라는 안까지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16일에도 개발총국 ‘대변인 대답’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팩스로 우리 측 기업에 보냈다. 통일부는 협의를 위한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했다는 북측 주장이 사실과는 전혀 다른 왜곡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통일부 김 대변인은 “북한이 국내 기업에 팩스를 보내고, 우리 내부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는 행위를 했다”며 “북한은 이런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우리 정부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제의한 대화에 조속히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