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손해 보더라도 ‘분양 완판’에 사활

입력 2013-05-19 18:33 수정 2013-05-19 22:16

“땅값 등 원가가 얼마인지 따지는 게 무의미합니다.”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이달 말 신규 분양에 나서는 우남건설 관계자가 19일 꺼낸 말이다. 최근 고양시 분양가 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된 고양 삼송 ‘우남퍼스트빌’의 분양가는 3.3㎡ 당 1258만원. 하지만 우남건설 측은 “일부 물량을 제외하고 분양가는 아마 ‘9’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심의 통과 가격보다 3.3㎡당 250만원 이상 낮은 900만원대 후반에서 분양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우남건설 추연철 대표는 “한번에 분양을 마무리짓는 데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양 완판’을 위해 분양가를 대폭 낮추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미분양으로 인한 손실과 브랜드 이미지 저하, 분양 연기에 따른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한번에 터는 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건설사들은 아파트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미분양 우려 때문에 분양을 미뤄왔다”며 “이 때문에 땅값에 따른 금융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우남건설 역시 2008년 고양 삼송지구 땅을 1000억원 넘게 들여 매입했지만 이후 주택시장이 급속히 경색되면서 분양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그 사이 삼송지구에서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 대부분은 실패했다. 결국 우남건설은 중대형 위주 분양을 포기하고, 가구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85㎡ 이하의 아파트로 설계 변경했으며 분양가를 대폭 낮추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반도건설이 지난 3월 동탄2시범단지 중 최저분양가인 1010만원대를 적용, 100% 계약률을 기록한 것을 벤치마킹한 측면이 크다.

‘4·1 부동산 종합대책’에 따라 분양가를 낮추는 건설사들도 많다. 현대엠코는 위례신도시에 분양하는 엠코타운 플로리체의 저층부 41가구의 분양가를 6억원 이하로 맞췄다.

양도세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전용면적 85㎡ 이하 혹은 6억원 이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삼성물산은 4·1대책 시행 이후 열흘간(4월 26일∼5월 5일) 수도권 10개 단지의 래미안 아파트를 첫 구입하는 생애최초 계약자에게 200만원 상당의 현금 또는 현물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 결과 미분양 200여 가구를 정리했다.

남양주시에서 ‘별내2차 아이파크’ 아파트를 분양 중인 현대산업개발은 기존 아이파크 고객이 새 아파트를 계약할 경우 상품권 100만원어치를 주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