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세계인의 날’… “검은 피부 겁내는 한국 다문화점수 50점”
입력 2013-05-19 18:27
“내 피부색을 보고 사람들이 겁에 질리는 것 같아요. 지하철에서 내 옆자리가 비어도 곁에 앉지 않고 경계의 눈빛을 보내죠. 아직 한국은 외국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것 같아요.”
에드나 라모우(35·여)씨는 지난 2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솔로몬제도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이화여대 코이카(KOIKA) 과정을 통해 국제대학원에서 여성과 젠더를 전공하고 있는 라모우씨는 19일 한국의 다문화지수를 묻자 “100점 만점에 50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매년 5월 20일은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 외국인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자는 취지로 지정된 ‘세계인의 날’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저마다 부푼 꿈을 안고 생활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었다.
아프리카의 앙골라에서 온 필립 야닉(26)씨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마치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쳐다보는 게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생소한 국가에서 온 이들은 모국을 설명할 때 가장 난감하다고 했다. 동국대 외국인 장학생으로 2011년 입국한 엘레나 텐(21·여)씨는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 출신 경영학도다. 그는 “사람들이 ‘타지키스탄’을 잘 몰라 인접국인 ‘아프가니스탄 위에 있다’고 설명하면 ‘테러 국가에서 온 것 아니냐’는 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트럼펫을 공부하고 있는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 출신 문탈리 림바니(21)씨 역시 “사람들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말라위를 설명하기 힘들어 그냥 ‘아프리카’라고 답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인들이 백인에게만 우호적이고, 유색인종 외국인들에게는 아주 차갑게 변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텐씨는 “한국 사람들은 미국·유럽 등 서구에만 관심이 많고, 그 외의 국가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학 전 이들이 접한 한국은 ‘전쟁국가’라는 이미지가 전부였다. 야닉씨는 “한국에 오기 전에 북한 때문에 전쟁이 나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실제로 생활해 보니 한국만큼 안전한 나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모우씨는 “모국에서 한국에 관한 소식을 접하는 것은 북한 관련 이슈밖에 없기 때문에 관련 뉴스가 터질 때마다 ‘괜찮냐’고 묻는 전화가 빗발친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국이 ‘코리안 드림’을 갖게 해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림바니씨는 “말라위에서 생활했다면 악기 연주가로서의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늘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는 게 처음엔 너무 어색했지만 웃어른을 공경하며 겸손한 한국 사람들에게서 나도 늘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텐씨는 “한국은 교육제도가 잘돼 있고, 외국인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나 전수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