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司正 칼바람에 기업들 좌불안석

입력 2013-05-19 18:25


정부가 경제비리 근절을 위해 고강도 경제 사정(司正)에 나서자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비리 척결 드라이브에는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등이 총동원되는 분위기다.

법을 어겼거나 비리 혐의로 인해 정부의 직접적인 조사·수사 대상이 된 일부 기업들은 벌벌 떨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조사 대상이 아닌 기업들조차 정부의 다음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숨죽인 채 지켜보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19일 “기업들이 잘못해 정부의 조사나 수사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정부의 전방위적 조사가 투자 위축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기업 비리 정조준=국세청 등을 앞세운 정부의 경제 사정은 주류업계, 제약업계, 건설업계, 유업계, 인터넷 포털업계 등 재계 전반을 겨냥하고 있다.

국세청은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자살 사건으로 인해 불거진 주류업계의 밀어내기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국내 주류 제조사와 수입사 등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동아제약그룹은 국세청으로부터 추징금 706억원을 부과 받았고 광동제약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최근 받았다. 국세청은 또 원양어업 업체인 동원산업과 사조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도 가세했다. 공정위는 남양유업과 서울우유, 한국야쿠르트, 매일유업 등의 본사를 현장조사해 물량 밀어내기 실태 파악에 나선 상태다.

공정위는 또 NHN이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전면조사에 들어갔고 다음과 네이트에 대해서도 조사를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입찰 담합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 건설업체와 협력업체 30여개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재계, “호주머니 먼지까지 터는 수사는 안 돼”=정부의 고강도 압박을 바라보는 재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권 초기에는 과거 잘못을 바로잡는 대대적인 사정이 항상 있었다”면서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들의 자정 움직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를 극복하기도 쉽지 않은데 정부까지 나서서 기업을 코너로 몰아붙인다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한쪽에서는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투자를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기업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무차별적인 조사 방식도 도마 위에 오른다. 한 기업은 국세청과 공정위 등 서로 다른 정부기관으로부터 이중·삼중의 조사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 세무조사도 특별 세무조사 뺨칠 정도로 강도가 세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정부의 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기업의 아주 사소한 실수조차도 큰 잘못으로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출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