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장선욱] 5·18 기념식 빛바랜 ‘국민통합’

입력 2013-05-19 18:04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지난 18일 오전 열린 5·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은 어느 해보다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과거 50분씩이나 이어졌던 식은 25분간으로 축소됐고, 빈자리도 많아 취지가 빛바랬다.

5월 유공자 등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무산된 데 대한 항의로 기념식에 불참했다. 5월의 주인공인 이들의 기념식 거부는 3년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반쪽 행사’가 예견됐지만 기념식에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국가수반으로서 5년 만에 참석한 것이었다. 취임 이후 광주를 처음 방문한 박 대통령은 “5·18정신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관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5월 단체들은 국가보훈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옛 5·18묘역에서 기념식을 따로 갖고 ‘임을 위한…’ 제창을 했다.

5·18 행사위원회는 올해 사상 최초로 대구·경북권 등 전국 6개 광역권 5월 협의체와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치르는 등 공을 들였다. 하지만 왠지 맥 빠진 분위기다.

올해 5·18기념식은 국민통합보다는 분열의 모습을 드러냈고, 33주년이라는 적잖은 세월에도 갈등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만큼 ‘5월 정신’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5·18민주화운동은 권력찬탈에 눈먼 군부에 맞서 시민들이 민주화 횃불을 높이 치켜들어 이 땅에 민주주의의 초석을 닦은 역사적 항쟁이다. 그런데도 일부 보수진영의 노골적 5·18 폄하가 거리낌 없이 표출돼 전파되는 현실이다. ‘임을 위한…’ 제창을 둘러싼 갈등도 수년째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올바른 역사인식이 왜 필요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국민통합의 첫걸음은 아픈 상처를 할퀴지 않고 보듬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광주 시민들의 바람을 보훈처는 곱씹어봐야 한다.

광주=장선욱 사회2부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