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하락폭 2000년 이후 최대
입력 2013-05-19 18:04
엔화가 끝없이 약세를 보이면서 최근 원·엔 환율 하락폭은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가팔라졌다. 엔화 가치의 급격한 절하는 우리 수출에 심각한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20년에 걸친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바탕으로 한 엔저를 핵심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원·엔 환율의 평균치는 100엔당 1103.2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평균치인 1451.49원보다 24.0%나 추락한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로 살펴보면 2000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원·엔 환율의 전년 동월 대비 동향은 지난해 8월까지 플러스(+)를 나타냈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공식화된 지난해 9월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해 9개월 연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1.66%였던 원·엔 환율의 전년 동월 대비 동향은 지난해 12월에는 -12.95%로 하락폭을 키웠다. 올해 들어서도 전년 동월 대비 14∼24%가량 떨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원화 약세 흐름은 엔화 약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 엔저가 지속되면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다른 조건들이 같은 상황에서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한국 수출은 4.1% 줄어든다.
엔화의 약세는 국내 주식시장 수급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서둘러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반면 수출기업 이익 증가, 경기 회복을 예상한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매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