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 한국’ 낙인… SAT 6월 시험 생물과목 취소

입력 2013-05-19 18:01


‘국제적 부정행위 국가’로 낙인 찍혀 있는 한국의 SAT 6월 시험 중 일부 과목이 문제 유출을 이유로 지난 5월에 이어 또다시 취소돼 수험생들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년간 지속돼온 문제 유출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는 한 미국 대입 과정에서 한국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AT 시험의 주관기관인 미국 칼리지보드는 오는 6월 1일 국내에서 치러지는 시험 중 생물(Biology E/M) 과목을 전격 취소했다. 취소 이유는 5월과 마찬가지로 ‘문제 사전 유출’. SAT는 “이미 많은 응시생들이 문제를 접해 시험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오는 6월 시험에 응시하려던 1000여명의 수험생들은 다음 시험이 있는 10월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인 수험생 김모(19)씨는 19일 “이번 시험 취소로 가장 피해를 보는 학생들은 9월 학기 입학을 앞둔 이과 수험생들”이라며 “미국 의학전문대학원(Medical School) 진학을 염두에 두고 생물을 선택한 학생들이 특히 많아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 이모(19·여)씨 역시 “6월에 선택과목을 먼저 치르고 10월에 SAT 논리력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는데, 이번 시험 취소로 시험 준비 부담이 커졌다”며 “이대로라면 10월 시험도 안전하지 않아 홍콩이나 일본에서 치르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SAT학원을 운영 중인 A원장은 “SAT 시험이 전 세계에서 시차를 두고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된다는 사실을 이용해 여러 명이 한 조가 돼 문제지를 각각 잘라 유출하거나 계산기에 문제를 입력해서 빼내는 등 기출문제 확보에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학원들의 이 같은 행태 때문에 정직하게 시험을 본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한국 수험생 900여명의 점수가 SAT 문제 사전 유출로 취소된 바 있고, 2010년에는 시차를 이용해 태국에서 시험을 치르고 미국으로 시험지를 빼돌리려던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부정행위 적발이 잇따르자 토플의 경우 2000년 이후 2차례나 시험방식이 변경됐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한국이 수년 전부터 SAT는 물론 미국 대학원 입학시험(GRE)·토플 등 각종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으로부터 ‘문제 유출’이나 ‘시험지 절도’ 등으로 이미 요주의 국가로 ‘찍혀’ 있어, 선량한 나머지 한국 학생들에게 불통이 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구에서 SAT 학원을 운영 중인 B원장은 “최근 미국 대학들이 한국인 지원자의 SAT 점수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시작됐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일부 학원들의 문제 유출 행위가 하루빨리 발본색원되고 재발방지책이 마련돼 한국 수험생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Key Word-◇SAT

Scholastic Assesment Test=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으로, SATⅠ이라 불리는 논리력시험(SAT Reasoning Test)과 SATⅡ라고 불리는 과목시험(SAT Subject Tests)으로 나뉜다. SAT 논리력시험은 에세이·독해·수학 등 3개 영역으로 나눠지며, 점수는 영역별 800점 기준으로 총점 2400점이 만점이다. SAT 과목시험은 과목별 지식과 적용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보통 영어(문학), 역사와 사회(미국 및 세계역사), 수학(레벨Ⅰ·Ⅱ), 과학(생물학·화학·물리학), 언어(중국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한국어·히브리어·이탈리아어·라틴어·일본어) 등이 실시된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