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저지른 잘못 용서하고 미래의 동반자로”
입력 2013-05-19 17:57
“저희들을 용서해주시길 원합니다. 저희의 사죄가 없다면 (우리 사이에) 진정한 친밀감은 없을 것입니다. 일본이 저지른 잘못을 모두 용서해 주십시오. 만약 여러분이 우리를 용서해주신다면 저희들은 여러분과 함께 미래의 동반자로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석관동 광천교회(이문희 목사) 본당. 강대상 앞에 선 요시다 다카시(일본 센다이교회 담임) 목사는 차분한 음성으로 또박또박 용서를 구한 뒤 준비한 설교를 시작했다. 예배에 참석한 한국인 성도들 사이에서는 일본인 목사의 갑작스런 사죄 고백에 놀란 표정이 엿보였다.
일본 개혁파교회 총회장이기도 한 요시다 목사는 지난 10일 센다이 지역 5개 회원교회 목회자 및 성도 18명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2011년 3월 센다이를 비롯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 피해 지역 교회와 성도 등을 돕고 있는 한국의 크리스천라이프센터 등 3개 기독 단체 연대 기구인 ‘스탠드바이재팬(Stand by Japan)’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일행은 서울과 부산의 크고 작은 교회들과 더불어 명동, 남산 등 한국의 주요 명소를 둘러봤다. 일제가 성도 20여명을 가둬놓고 학살한 제암리교회(경기 화성)도 들렀다. 6박7일간 숙식은 지역교회에서 십시일반으로 담당했다. 크리스천라이프센터 신산철 사무총장은 “이번 방문은 지진피해 지역에 대한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에 현지 교회 성도들이 마음의 문을 열면서 이뤄진 특별한 방문”이라며 “물질적인 지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진심을 다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사랑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걸 이번 행사를 통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서는 일본교회 성도들의 특송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일본 성도들의 한국어 찬양이 예배당에 울려 퍼지자 한국인 성도들은 손뼉을 치면서 장단을 맞췄다.
이문희 목사는 “1시간 남짓한 짧은 예배였지만 진정한 회개와 용서, 사랑이 무엇인지 음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 “양국 간의 해묵은 민족 감정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깨끗이 씻을 수 있음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광천교회는 향후 센다이교회와 센다이영광교회 등 이번에 방한한 센다이지역 주요 교회들과 자매결연을 통해 정기적인 강단교류, 상호방문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