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에… 또 치고 빠지는 日 자민정권
입력 2013-05-19 17:54 수정 2013-05-19 23:12
위안부 문제 등 일제의 과거사를 둘러싼 일본 정치인들의 잇따른 망언에 미국까지 나서 ‘역겹다’며 직격탄을 날리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정권이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극우정당 일본유신회의 극한 망언이 정치권 논란으로 확산돼 아베 내각 지지율마저 떨어지자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예기치 않은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은 18일 일본유신회 등과의 개헌 공조가능성에 “일본유신회는 정당으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베 총리도 “유신회, 다함께당과는 개헌문제가 있지만 연립내각을 꾸리지는 않겠다”며 유신회와의 선 긋기에 나섰다.
이는 역사해석 논란으로 아베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아베 자신의 ‘침략 부정’ 발언에 유신회의 극한 망언까지 가세해 가뜩이나 악화된 여론을 더욱 부채질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 여론조사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72.1%에서 70.9%로 떨어졌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역사갈등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1995년 위안부 문제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무력으로 적국에 들어가면 그게 침략”이라며 아베 총리의 침략 정의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는 (침략하지 않았다고 한 적은 없다는) 이중 부정의 말 돌리기를 하면서도 ‘일본이 침략했다’고 밝히는 걸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신회도 진화에 나섰다. 마쓰이 이치로 간사장은 19일 일본에 한국인 매춘부가 우글우글하다는 망언을 한 니시무라 신고 의원에 대해 “해당 발언은 인권침해이며 언어폭력”이라며 해당의원을 제명처분하고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시모토 도루 유신회 공동대표는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위안부 분에게 매우 죄송하고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그는 그러나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는 지론을 굽히지 않았다.
극우의 원조격인 같은당의 이시하라 신타로 공동대표는 18일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을 침략전쟁이 아니라고 우겨 망언릴레이 불씨를 여전히 살려 놨다. 교도통신은 하시모토 공동대표와 이시하라 공동대표가 ‘위안부 정당화’ 발언을 철회할 필요가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하시모토 대표를 면담할 예정인 위안부 출신 김복동(87), 길원옥(84) 할머니는 18일 오키나와 등지에서 열린 강연에서 하시모토 대표의 발언에 대해 “자기 딸을 (위안부로) 보낼 수 있겠느냐”며 비난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