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일치의 축제’… “우리가 이루지못한 꿈 부산총회서 이뤄주길”

입력 2013-05-19 17:43 수정 2013-05-19 18:06


모든 기독교단·교파 동참 WCC부산총회 성공 염원

“WCC(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는 교회 밑바닥까지 모든 신자들이 참여하는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행사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펼쳐지는 일치의 축제가 첫 신호탄이 되기를 바랍니다.”(WCC총회 한국준비위 대표위원장 김삼환 목사)

18일 오후 6시(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최대 다목적 경기장인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 김삼환 목사는 5만여명의 인도네시아 크리스천들에게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모두를 대한민국 부산으로 초대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날 행사는 부산총회를 위한 축제였다. 160여일 앞으로 다가온 WCC 부산총회의 성공과 아시아 교회의 일치를 소망하는 크리스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치의 축제(Celebration of Unity).’ 행사 명칭 그대로 인도네시아의 모든 기독교 교단 및 교파들이 동참했다.

인도네시아교회협의회와 복음주의연맹, 오순절교회 연맹에 이어 구세군, 침례교, 정교회와 가톨릭 그리고 현지 기독교계 대표 구호기구인 리치아웃재단까지 손을 잡았다. 부산총회준비위 관계자들과 울라프 트베이트 WCC 총무도 초대를 받았다.

현지 교계의 대표적 원로인 소리투아 나바반(루터교·WCC 공동회장) 목사가 전한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이번 일치의 축제는 인도네시아에 교회가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모든 교단과 교파가 동참하는 기념비적 행사입니다. 특히 WCC 총회를 치르는 한국교회가 인도네시아 교회가 이루지 못한 꿈을 꼭 이뤄 달라는 간절한 소망도 담겨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교회는 1975년 WCC 제5차 총회를 유치했지만 개최를 6개월 정도 앞두고 포기해야만 했던 아픔을 갖고 있다. 당시 이슬람교와 기독교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WCC 총회 장소가 케냐 나이로비로 변경된 것.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인도네시아 교회는 대립과 반목 대신 공존·존중·배려·화합의 열매를 거두고 있다. 특히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컬 진영이 함께 어우러져 일치의 축제를 즐길 정도로 성숙해졌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성화가 점화돼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12일 이스라엘 가이사랴항에서 출발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까지 이어진 ‘제1차 빛의 순례’의 바통을 잇는 의미로 다가왔다. 빛의 순례는 세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부산총회를 알리고 협력을 구하기 위한 순례프로그램이다. 오는 7월에는 호주 3개 도시 등에서 2차 빛의 순례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5시간 가까이 진행된 축제 현장에서는 한복을 차려 입은 한국 대표단 일행의 행진, 특수 제작된 차량과 깃발 등으로 인도네시아 교회의 일치·연합의 소망을 한껏 뽐내는 퍼포먼스도 눈길을 끌었다.

자카르타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 에큐메니컬 코스’ 프로그램 참석차 왔다가 이날 행사를 참관한 오민우(여·30) 전도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면서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가 배울 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에는 자카르타 ICC 컨벤션센터에서 인도네시아 기독교 지도자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회와 일치’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김 목사는 “하나님이 이미 만들어 놓으신 일치에 응답하는 우리의 길은 바로 겸손함”이라며 “하늘의 보좌를 버리시고 종의 모습으로 오신 주님의 낮아짐을 통해 아시아교회, 나아가 세계교회의 일치를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자카르타=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