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 “안철수, 10월 재보선 영남서 성과내야… 호남 양보 없어”

입력 2013-05-19 17:30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향해 “야권이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어려운데, 안 의원이 (호남보다는) 영남 같은 곳에서 성과를 내주면 그 세력의 가능성에 국민들이 인정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10월 재보선에 안 의원 측이 독자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이 후보를 양보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민주당이 안 의원보다도 저조한 성적을 낼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갑을(甲乙) 문제가 지나치게 ‘경제 폭력’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인간존엄이 훼손당하는 현장은 전부 다 갑을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시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호남을 다녀왔는데 현지 민심이 어떻던가.

“5·4 전당대회 때 직접 만나보니 호남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대해선 말하기도 귀찮고, 화도 내기 싫다고 하더라. 너무 상처가 크더라. 전대 때 농번기인 데다가 버스비 같은 것도 안 주고 했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상경했다. ‘현장에 분노하러 오셨구나’ 하는 걸 느꼈다. 어제 내려갔더니 역시 기대와 분노가 뒤섞여 있더라.”

-5·18 행사에 국회의원 수십명이 몰린 민주당보다 안철수 의원 한 명이 더 주목받더라.

“하루아침에 모든 게 변하리란 건 바른 기대가 아니다. 민주당도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서둘다가 구호에 못 미치는 내용으로 나서지도 말아야 하고 너무 신중을 기하다가 전진을 못해서도 안 된다. 너무 늦지 않게 민주당이 달라질 것이다.”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 성적이 안 의원 측보다 저조하면 어떻게 되나.

“우선은 그럴 일은 없을 것임을 말해두고 싶다. 동시에 승패도 중요하지만, 10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과의 경쟁을 얘기하는데, 난 안 의원이 이기기 어려운 곳에서 성과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의원 주변 인사들이 ‘안 의원이 영남에서 이겨야 궁극적으로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이미 몇 차례 조언한 것으로 안다.”

-지난 16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 출현 시 신당 지지율은 26%인데, 민주당은 12%로 나타났다. 대비책은 있나.

“생겨나지 않은 정치 상황이어서 왜곡된 측면도 있다. 안 의원이 독자세력화에 성공하고 ‘안철수 신당’이 실수 없이 잘 만들어질 것이란 전제와, 민주당은 그때까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는 조사다. 민주당은 확실히 변할 것이다.”

-민주당이 거듭나기에는 이미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여론도 있다.

“그건 국회의원 127명의 민주당을 너무 깔보는 것이다. 의원 임기도 아직 3년이나 남았다. 127명의 잠재력을 제때 잘 끄집어내는 게 내 몫이다. 지켜봐 달라.”

-박근혜정부의 국정을 평가해 달라. 잘한 것은 없는가.

“(반문하며) 뭘 잘했죠? 아직 국민 기대에 확실히 부응하는 그런 걸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잘해주길 바란다. 당장 ‘윤창중 사태’도 빨리 마무리 짓는 게 우선이다. 마무리 지으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잘못된 인사를 직접 사과하고, 새로운 인사원칙을 밝히고, 마지막으로 책임질 사람들이 빨리 책임져야 한다.”

-요즘 ‘을(乙)’을 위한 정당을 천명했다.

“내가 전당대회 때 헌법 전문에 나오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었다. 국민생활이 균등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살 권리가 상처 입는다면 어디든 갑을(甲乙)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상하관계가 부당하다면 그것도 갑을 문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싶어도 정치권력에 의해 부를 수 없는 현실도 인간존엄이 훼손된 경우다.”

-직장인들이 좋아할 것 같다.

“평소에도 직장 내부의 갑을 관계의 부당성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 왔다. 일 때문이 아닌, 다른 것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든가, 상하관계를 넘어 지나치게 존엄을 해칠 정도로 하급자를 대한다든가 하는 문제들이 만연돼 있지 않느냐.”

-지방선거에서 정당 무공천 여론이 있는데.

“당으로선 공천을 하지 않으면 불리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질 수도 있다. 출마 당사자들도 입장이 많이 다르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이미 약속한 일이라서 고민이 많다.”

-당내 차기 대선 주자군은.

“지난 대선 경선에 나온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다시 나설 수 있다고 본다. 또 차세대 주자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있다. 우리가 여당보다 대선주자 자산이 훨씬 더 많다.”

-안 의원의 차기 대권 도전을 어떻게 생각하나

“대권 도전의 정당성은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다. 그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확장될 수도 있고, 고지로 가는 과정에 실망을 준다면 잦아들 수도 있다. 현실정치에 진입했으니 이제는 말보다 실제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이 실천력으로 그를 평가할 것이다.”

-남북관계 해법은.

“정부가 대화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가 다르다는 걸 분명히 보여줘야 하고 그러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 이런 얘기도 하고 싶어 박 대통령에게 여야 간 정례 국정대화를 제안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