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옥 ‘시각과 인식’전… 5월 22∼28일까지 열려

입력 2013-05-19 17:12


제주도에는 돌이 많다. 용암이 흘러내려 파도와 만나 생성된 돌들의 색상과 질감이 독특하다. 그것은 아득한 시간의 자취이자 제주도 역사의 흔적이기도 하다. 서귀포에서 태어나 40년째 제주도 돌들을 그리는 한중옥(54) 작가는 틈만 나면 바다로 스케치를 나간다. 돌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똑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포말 형태의 문양이 제각각이다.

작가는 돌들의 다양한 표정을 화폭에 옮긴다. 돌의 표면을 애무하듯 부드럽고 세밀하게 그린다. 실제 돌을 보는 듯 사실적인 작품은 붓으로 꼼꼼하게 그린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는 붓과 물감을 쓰지 않는다. 크레파스로 그린다. 크레파스는 유화처럼 덧칠이 쉽지 않아 색감과 질감을 표현하기 어렵다. 세부묘사도 한계를 드러내는 재료다.

크레파스의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오랜 작업을 통해 특유의 창작기법을 찾아냈다. 완성될 작품의 전체적인 색채 톤

과 구성을 고려해 종이 위에 크레파스로 여러 층 두텁게 올리고, 예리한 칼날로 긁어내고 새기고 문질러 제주 용암 특유의 형태미를 창출해냈다. 그의 그림에는 어릴 적부터 바다를 대면하면서 켜켜이 쌓여온 삶의 마디와 결이 촘촘히 녹아들어 있다.

그의 9번째 개인전 ‘시각과 인식’이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경운동 그림손갤러리에서 열린다. 바느질로 종이 위에 수를 놓듯 한 땀 한 땀, 한 올 한 올의 노력으로 완성시킨 신작 30여점을 선보인다. 탄탄한 묘사력과 치밀한 구상력으로 작업한 돌들이 아름답다. 조급함을 버리고 내밀한 관조의 시선으로 끌어들인 아름다움이기에 보는 이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흔든다(02-733-1045).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