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FA로이드

입력 2013-05-19 18:56

최근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추추 트레인’ 추신수와 ‘빅 보이’ 이대호의 활약이 눈부시다. 신시내티의 1번 타자 겸 중견수인 추신수는 톱타자로서 최고의 덕목인 출루율에서 19일까지 메이저리그 2위에 올라 있다. 물론 타격과 수비 역시 빼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오릭스의 4번 타자 겸 1루수 이대호는 팀이 꼴찌에 머물러 있지만 자신은 4번 타자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율과 타점은 2위, 홈런과 득점은 각각 6위와 7위다.

31세 동갑내기 친구인 이들이 올 시즌 연일 국내 신문 지면을 장식할 정도로 맹활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두 선수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다는 점이다. FA가 되면 선수들은 거액의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를 비롯해 프로스포츠에서 선수들은 소속 팀들과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게 되어 있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냉정하게 삭감당한다. 그래서 늘 불안을 느끼는 선수들은 연봉이 보장된 다년 계약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프로야구에서 FA를 앞둔 선수들은 ‘커리어 하이(개인 통산 최고 성적)’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애 한두 번밖에 찾아오지 않은 FA 기회를 살려야 되기 때문에 어느 시즌보다 경기에 집중하게 되고, 그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곤 한다.

예를 들어 박찬호는 생애 첫 FA를 앞둔 2001년 LA 다저스에서 15승11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주가를 올렸다. 시즌을 마친 후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를 통해 텍사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계약을 맺었다. 이후 박찬호가 부상 때문에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메이저리그의 역대 FA 먹튀 ‘톱 10’에 번번이 들고 있긴 하지만 FA가 선수들에게 그동안 흘린 땀의 대가를 보상해주는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한 자기 관리와 성적으로 FA 기회를 여러 차례 잘 살린 선수들은 억만장자의 대열에 오르기도 한다.

야구계에서 FA를 앞두고 해당 선수가 맹활약을 펼칠 때 바로 ‘FA로이드’ 효과라는 말을 쓴다. 금지된 약물 스테로이드와 FA를 합친 신조어인 FA로이드는 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맞아 각성한 것처럼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는 뜻으로 자주 사용된다. 추신수와 이대호가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부상 없이 FA로이드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국내 야구팬들의 한결같은 바람일 것이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