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종원] 지방정부 재정위기를 넘자

입력 2013-05-19 18:56


주요 국가 지방정부들이 미국발,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재정수입 감소와 복지비 증가, 방만한 지방공기업 운영에 따라 지속적인 재정위기에 노정되어 있다.

작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주 정부의 보조금 감축, 실업률 증가, 자산·소비세 감소에 따른 연금수당 지출 증가, 부동산 침체에 따른 세입감소로 재정운용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급기야 많은 도시들이 파산했다. 예를 들어 스탁턴, 매머드 레이크, 샌버나디노, 캠턴 등의 도시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위기가 다른 주로 확산되면서 미시간주는 긴급예산을 편성했고, 펜실베이니아주의 스크랜턴시는 공무원 봉급을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호전되지 않아,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7일 파산한 미국 지방정부 수가 연평균 4.6개로 2007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유럽발 재정위기의 근원지 중 하나인 스페인 경제의 위기는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지출과 지방공기업 부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데, 스페인 중앙은행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작년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84.1%로 이는 유럽연합(EU)이 정한 공공부채 상한선인 60%를 훌쩍 넘고 있으며, 그중 11.8%가 지방정부 부채에서 비롯되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를 살펴보면 과도한 국가채무에 시달리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상태도 심각하다. 중국 국무원 소속 회계감사기구인 심계서는 2010년 지방정부 부채 규모를 약 10조7000억 위안으로 잡았으나,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이를 약 12조8500억 위안으로 확대 추산했고, 부채급증에 따른 위험도를 감안해 위안화 표시 장기 국채신용등급을 종전의 AA-에서 A+로 강등했다.

이와 같이 각국의 지방정부는 불안정한 경제환경 속에 복지비 압박, 지역개발 예산 증가로 누적적 재정위기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방공기업 부채 증가도 지방정부 재정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면밀한 관찰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공기업은 지난해 말 388개, 총 자산은 160조원이며, 부채는 2011년 말 기준 69조1000억원으로 지방채무 28조2000억원과 비교해 2배가 넘는 규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지방공기업 부채는 2008년 47조8000억원에서 3년 만에 44.5%, 연평균 17%가 증가했다. 자본금 대비 평균부채비율은 자본금 확충 등에 의해 76.2%로 중앙정부 공기업 평균부채비율 196.9%의 절반밖에 안 돼 양호해 보이나 연평균 증가율이 너무 빨라 지방정부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2011년 부채비율 200%가 넘는 지방공기업이 69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지방공기업이 142개다. 그중 81개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고, 지역개발기금은 100%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됐다.

2011년 9월부터 우리 정부도 지방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지방채 발행을 사전 통제하고,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지방정부의 안정적 재정관리를 위해서 기존 지방채무뿐만 아니라 숨겨진 채무, 지방공기업 부채에 대한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현 정부의 복지확대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방분권의 확대와 세제개편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한 감세정책에 따른 지방재정 수입축소와 줄어든 지방교부세의 지방소비세 대체 사용으로 비수도권 지역의 불이익이 커진 가운데, 지하철 등 각종 지역개발사업의 확대는 지방재정의 안정적 관리를 근본적으로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공기업에 대한 엄격한 운영감독, 선진국 수준으로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 확대, 소득소비과세의 비중 확대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