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3부)] 한도없이 예금 전액 보장… 2010년부터 폭발적 성장

입력 2013-05-19 17:22

“좋은 날씨에 좋은 것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궂은 날씨에 좋은 것을 보는 것이 능력이다.”

우베 프뢰리히(Uwe Frohlich) 독일시민은행·협동조합은행 연방협회(BVR) 의장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협동조합은행의 성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금융업 상황이 좋았을 때는 협동조합은행의 장점이 보이지 않았지만, 위기가 닥치니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실제 독일 협동조합은행은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7년 1600만명이었던 협동조합은행 조합원 수는 불과 5년 만인 2012년 1735만명으로 증가했다. 연간 신규 조합원 가입자 수는 2004년 20만명을 기록한 뒤 2008년 15만명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9년 16만명, 2010년 30만명, 2011년 31만명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조합원에 대한 대출 역시 대형은행과 주립은행이 2007∼2012년 사이 각각 14.7%와 9.5% 감소한 반면 협동조합은행은 29.1%나 증가했다. 대출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대형은행과 주립은행은 각각 2.7%, 2.4% 감소했지만 협동조합은행은 3.0% 증가했다. 금융위기가 협동조합은행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프랑크푸르트 DZ방크(DZbank) 본사에서 만난 미하엘 슈타펠(Michael Stappel)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협동조합은행이 급성장한 것은 조합원 보호에 만전을 기했기 때문”이라며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안전한 투자처를 찾던 자금의 약 30%가 우리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독일 협동조합은 예금자 보호를 위한 이중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장제도는 크게 회원사 분담금으로 설립한 보장기금(guarantee funds)과 보장망(guarantee pool)으로 운영된다. 보장기금은 회원사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을 경우 보증과 대출을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 보조금과 개선대책까지 수립해준다. 회원사들의 보증에 의해 운영되는 보장망 역시 절차만 다를 뿐 같은 기능을 한다. 예금도 전액 보장되기 때문에 보호 한도가 있는 상업은행보다 훨씬 안전하다.

이러한 자체 보호제도는 연방금융감독청 감독 아래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1930년대 이후 단위 협동조합은행이 파산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슈타펠 이코노미스트는 “우리의 예금자보호제도 원칙은 마지막 1달러(last bullet)까지 위기와 싸운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예금이 아닌 은행 자체를 보호하기 때문에 일반 은행과 안정성을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크푸르트=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