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고용세습 단협 무효판결이 말하는 것
입력 2013-05-17 18:09
직장 세습과 관련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이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은 ‘슈퍼 갑 귀족노조’의 극단적 이기주의에 처음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당문제 등으로 주말특근을 거부하며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현대차 노조원들의 태도에 변화가 올지도 주목된다.
울산지법은 정년퇴직 후 업무상 재해(폐암)로 사망한 현대차 노조 조합원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고용의무이행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노사가 합의한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하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단협 96조에 대해 합의사항이라도 사회적 질서와 정의에 맞지 않다면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자리까지 대물림하겠다는 이 조항은 처음부터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만큼 여론의 화살을 받았다. 요즘처럼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아랑곳하지 않는 ‘특혜’ 채용은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는 데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경제성에도 맞지 않는 만큼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현대차 노조의 욕심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안에 조합 활동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책 특권’ 조항을 포함시키며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 작동 원칙을 부정하는가 하면 생산성 향상 문제는 외면한 채 회사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등 무한 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11주째 주말특근을 거부하며 7만대, 1조4000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을 빚고 협력사에도 연쇄적인 피해를 주는 노조원들의 모습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늘어나는 주문량에 맞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주야 2교대 근무에 들어간 쌍용자동차와 대조적인 모습에 기가 막힐 뿐이다.
노조의 끊임없는 이기주의 행태는 국민들의 외면을 초래하고 결국 노조뿐 아니라 현대차의 미래도 어둡게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조는 상생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